**이 만큼의 나**
글을 잘 쓰고 싶었다.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을 읽을 때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문장을 건네고 싶었다.
글을 잘 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봤다.
많은 작가들이 달리기를 찬양했다.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만 하면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열심히 달렸다.
몸이 신호를 보내오기 전까지 말이다.
시작한 지 세 달쯤 되었을 때,
달리기만 하면 영화에 나오는 마시멜로 맨처럼
몸이 퉁퉁 부어올랐다.
너무 부어서
손가락이 접히지 않을 정도였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도,
달리기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물어도
누구 하나 명확하게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이유를 모르니 해결방법도 없었다.
그렇게 달리기는 세 달 만에 끝났다.
곧바로 다른 운동을 찾아봤다.
이번에는 108배였다.
108배는 정신을 맑게 하고,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퇴근하면 가방부터 내려놓고
스트레칭을 한 뒤 108배를 했다.
처음엔 퇴근 후에 했고,
그만둘 즈음엔 아침에 했다.
피곤한 날이면,
하지 않을 이유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릎이 반응했다.
처음에는 108배할 때만 아팠는데,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무릎이 찌릿거렸다.
글을 쓴다고 몸을 망가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릴 때 백일장에 나가면,
나는 언제나 글 대신 그림을 그렸다.
잘 그려서가 아니라,
글을 못 써서다.
방학 숙제 중에서도
일기와 독후감을 늘 마지막까지 미뤘다.
쓰는 것도 어려웠지만,
완성된 글은 나부터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달리기와 108배에 매달린 건,
실력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는 필사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책 대신 필사에 좋다는 책을 골랐다.
이번만큼은 끝까지 해내고 싶었다.
이번만큼은 달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중간에 멈췄다.
이번에는 손목이 반응했다.
이것까지 놓으면
글쓰기와 영영 멀어질 것 같아서,
손목보호대를 차고 한 달을 더 썼다.
하지만 필사할 때만 아프던 손목이
판서와 채점을 할 때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직 글로 먹고살 수는 없어서,
생계에 지장을 줄 수 없었다.
실력을 피해 다니던 모든 시도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제야 바닥이 느껴졌다.
늘 끈기가 부족해서 실패했다고 믿어왔는데,
몸 때문에 멈추게 되자 더 할 말이 없어졌다.
달리기와 108배, 필사를 못한다고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변화는 너무 더뎠다.
그런 막막함에도 2년을 지속하다 결국,
독자로 남기로 결정했다.
신춘문예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원에도 떨어지고,
날로 성장하는 동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맞는 위치는 독자라는 걸 깨달았다.
욕심을 내려놓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악착같이 보내던 시간의 빈틈을 메꿔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때 주짓수를 시작했다.
달리기, 108배보다 격렬한 운동인데
몸이 버텼다.
2년을 지속하다 보니
쉽게 피로해지던 몸에 변화가 생겼다.
몸의 여유가 생기니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운동을 가기 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이유는 없었다.
때론 이유도 목적도 없이
하고 싶은 게 생길 때가 있다.
소리 내어 읽을 때마다,
문장이 내 쪽으로 넘어왔다.
넘어온 문장을 인스타에 남겼다.
예전에 남겨둔 문장들이
몇 번이나 나를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선 그런 기록을
불안이나 외로움으로 부른다.
SNS에 자신의 일상이나 감정을
올리지 않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 걸까 의문이 든다.
읽고 쓰는 시간이 소중해지자
다시 욕심이 생겼다.
가벼운 마음으로 브런치에 지원했고,
매주 글을 올리고 있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뜨던 아침이 달라졌다.
눈은 떴지만 몸은 이불속에 조금 더 머물렀다.
공개된 자리에 글을 올리는 행위는,
나를 굼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이 부담은 내려놓으라는 신호가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라는 신호라는 걸.
오늘도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어떤 날 아침은
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고,
어떤 날 아침은
거실과 복도 조명을 모두 켜야 할 만큼 어둡다.
같은 시간의 아침이 다르듯
나라는 인간도 매일 다르다.
잘 써지는 날도 있고
잘 안 써지는 날도 있다.
그래도 오늘 하기로 한 일을 그냥 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