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다정**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이성과 마음은
의견이 일치할 때보다 어긋날 때가 많다.
오늘도 내 안에서 그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다.
하나는 더 자자고 말하고
다른 하나는 이만 일어나자고 한다.
가끔 의문이 든다.
신은 왜 그 둘을 하나의 몸에 두었을까.
애초에 떨어뜨려 놨다면 어땠을까.
영화 황금나침반 속 세계처럼 말이다.
이성은 인간의 형상으로,
마음은 동물의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니까
내 감정은 강아지 형상이였으면 좋겠다.
나와 대화를 나누는 강아지라니.
내친김에 더 상상해 보기로 했다.
편의상 인간은 ‘강’이라 지칭하고
마음은 ‘아지’라고 표현하겠다.
주말 아침에도 강은 어김없이 일찍 일어난다.
아지는 아직 자고 있다.
강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아지를
조심스레 안고 거실로 나온다.
책상에 앉았지만 자고 있는 아지의 영향으로
정신이 몽롱하다.
이번에는 아지를 안고 화장실로 간다.
눈에 붙은 눈곱을 천천히 떼어내고
얼굴에 물을 묻힌다.
아지가 눈을 뜨자 강의 정신도 또렷해졌다.
아지는 귀를 살짝 젖히며
멋쩍은 웃음으로 강을 쳐다본다.
둘은 다시 거실로 돌아와 책을 펼친다.
강은 아침마다 소리 내 책을 읽는다.
강이 책을 읽는 동안 아지는 귀를 쫑긋 세우고
강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복희는 맞은편에 앉아
내 모든 얘기를 들어주었지만,
정신은 딴 데 가 있는 듯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기 인생을 손에 쥐고 있지 않은
사람의 얼굴 같았다고,
이제 와서 나는 생각한다.”
문장을 읽던 강이 묘한 기운에 옆을 살핀다.
역시나 아지의 귀가 축 처져있다.
알지만 모르는 척 강이 묻는다.
너무 멋진 문장이다. 그치?
강의 물음에 아지가 답한다.
그러니까.
나는 언제쯤 저렇게 쓸 수 있을까?
할 수는 있을까?
강은 말없이 아지를 품에 안았다.
아지의 몸이 크게 부풀려졌다가 작아졌다.
강 몸의 절반의 절반의 절반도 안 되는
아지 몸에서 깊은숨이 뿜어져 나왔다.
강은 아지의 머리 위에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얹으며 부드러운 털을 다독였다.
그럼. 할 수 있지. 잘 생각해 봐.
처음 글 올렸던 날 기억 안 나?
그때는 문장을 끝까지 데리고 가지도 못했잖아.
강은 아지의 등을 몇 번 더 쓸며 말했다.
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읊조렸다.
알아. 그렇지만 여전히 너무 부족해.
나는 끝끝내 허우적거리기만 할 것 같아.
강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아지를 더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통통한 아지의 엉덩이를 토닥이던 강의 눈이
한 곳에 머물렀다.
적막을 깨는 소리가
둘의 배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갈 채비를 했다.
이런 날 아침에는 둘만의 룰이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것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다.
둘은 집 근처 빵집으로 향했다.
달달한 무화과와 밍밍한 빵의 조화가 일품인
무화과 샤워도우를,
그들은 좋아했다.
아직 시간이 이르니까 빵이 있겠지?
아지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하루에 여덟 개만 만들어 파는 빵이라
몇 번 허탕을 친 적이 있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있을 거야.
강의 대답에도 아지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대부분 강의 보폭에 맞춰 걷는 아지지만
이런 순간만큼은 늘 강을 앞서 걷는다.
연신 꼬리를 흔들어 대는 아지의 뒷모습에
강의 입꼬리도 한껏 올라갔다.
멍하니 의자에 기대어
그들의 이야기를 곱씹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햇빛이 쨍하게 들어왔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안에 가득했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상상 속에서처럼 그 목소리를
밖으로 꺼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강이 그랬듯 안아줄 수 있을 텐데.
부족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줄 텐데.
같은 공간에 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잘 닿지 못한다.
닿지 못하지만, 멀어질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관계 속에서,
나는 애써 그를 외면하며 살았다.
혼자 방치한 시간만큼 외로웠을 그를
꼭 끌어안아 주고 싶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