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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ul 25. 2022

공룡스티커

대학생 때도 안 해본 설문지 정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의 응답을 시트에 입력하는 일인데, 맨 마지막 항목은 기타 의견을 적는 칸이다. 보통은 컴퓨터 사인펜으로 휘갈겨 적은 글씨가 대부분이고, 연필로 또박또박 쓴 문장도 꽤 많다. 이걸 선생님이 걷어가기 때문에 선생님에 대한 감사와 응원 메시지가 많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자세한 설명없이 투박하게 적은 몇 글자가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제는 커다란 여백 안에 초록색 공룡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아끼는 공룡을 여기 붙였을까, 생각하다보니 이걸 나만 보고 지나친다는 게 아쉬워졌다. 선생님을 향한 메시지와 이 스티커를 모아 가져다드리고 싶어졌다. 


다 큰 어른들은 이제 안다. 설문조사는 귀찮고, 누가 면밀히 들여다보지도 않는다는 걸. 심지어 선거철만 되면 여론조사라는 명목으로 하루에도 수십통씩 전화를 받는다. 더구나 종이에 의견을 남겨야 할 때면 문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형식적인 활동이 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그 작은 종이 한 장도 상상과 진심의 스케치북이다. 공백을 꽉 채우지 않아도 마음은 충분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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