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자취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자취생은 최근 들어 초파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초파리 박멸을 위해 오른손에는 살충제를 왼손에는 파리채를 들었다.
시작은 초보 자취생인 나의 불찰이었다. 방울토마토를 사고 귀찮아 싱크대 위에 방치했다. 소시지바를 먹고 쓰레기통에 며칠을 뒀다. 방울토마토와 소시지바의 콜라보는 내 집이 초파리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낙원임을 알려주는 신호탄이 되었다.
어느새 초파리들이 방에 한가득이었다. 초파리가 집주인이고 나는 잠깐 잠만 자고 가는 나그네로 전락했다. 최근 퇴사를 하고 나서 집에 있는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문제의 심각성이 체감되었다.
모든 곳에 초파리가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한여름에는 초파리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 자명했다. 나는 초파리 박멸을 선언하고 도구를 구비했다. 살충제, 다이소 트랩을 준비했다. 살충제를 열심히 뿌렸고, 다이소 트랩은 다섯 개를 사서 세 개를 싱크대 위, 화장실 문 옆, 방의 정중앙에 뒀다. 다음 날 아침, 트랩에는 초파리가 가득했고 방바닥에는 떨어진 초파리들이 점점이 있었다. 블로그를 보는데 남들 2~3주 치가 나는 하루 만에 잡힌 것이다.
나는 하루에 한 번 짝짓기 하는 초파리를 때려잡았다. 어쩌면 초파리 생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는 그들에게 비극을 선사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걸 놓치면 알을 깔 거니까. 살충제에 괴로워하던 난 친구의 조언을 따라 집에서 마스크를 쓰며 생활했다. 발바닥에 초파리의 잔해가 묻는 게 싫어 양말을 꼭 신었다.
이들은 내 눈까지 와서 알짱대고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하자 내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으려는 과감함을 보였다. 나는 초파리와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을 생각이 없기에 크게 한 숟가락 떠서 입안에 가득 넣고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을 넣어버렸다.
주말, 본가에 가서 할머니한테 이 사실을 털어놨다. 할머니는 나를 다독여주시며 당신의 방법을 알려주셨다.
“킬라, 킬라 써.”
“킬라?”
“여기도 이틀에 한 번 킬라 뿌려. 그래서 이 정도지. 어휴. 베란다 네 언니가 지난번에 사서 먹지도 않고 둔 거 때문에 바글바글 거렸어.”
“나는 홈키파를 쓰는데 괜찮을까?”
브랜드가 달라서 효과가 없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홈키? 킬라는 하나에 2,000원 정도인가 싸서 산 거야.” “나도 세 개 6,000원에 샀어.”
다행히 가격의 차이였다. 그래도 맘이 놓이지 않아 에프킬라 하나를 챙겼다.
“너, 그, 집에 돌돌이 있냐. 그걸로 침대도 한 번 훑고.”
“응. 너무 걱정돼. 혹시 갔는데 바글거리면 어떡하지.”
“괜찮아. 다 없어져.”
할머니의 이 말에 난 정말 위안을 얻었다. 집으로 돌아가자 또다시 바닥에 후드득 떨어져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적어서 안도했다. 돌돌이를 돌리니 침대 위에 있던 초파리들이 붙었다.
때려잡는 실력은 나날이 늘었지만 줄지 않는 초파리에 지칠 무렵, 나는 초파리 싹이라는 제품을 구입했다. 또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일본 초파리 트랩을 직구로 샀다. 초파리 싹은 초파리를 근거리에서 쏘면 죽는 걸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일본 트랩은 다이소 트랩보단 반응이 덜하지만 며칠 지나니 몇 마리 잡혀 있었다. 다이소에 가서 배수구 클리너를 사서 화장실과 싱크대 배수관을 모두 청소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위력은 대단했고 난 세스코를 부를까 말까 매일 검색했다. 원인을 찾으라는 말에 뜯지 않은 과일즙도 모두 냉장고에 넣었고 혹시나 하는 것들은 그냥 심신의 안정을 위해 버렸다. 그래도 초파리는 끈질겼다. 나는 낑낑대며 침대 매트리스까지 들춰서 원인을 찾았다. 혹시 내 눈에 얘네가 무슨 짓을 한 건 아닌가 싶어 안과를 갈까도 고민했지만 가진 않았다.
지금은 며칠 전에 비해 초파리가 보이지 않는다. 완전 박멸은 아니지만 초파리 소굴에서 겨우 인간의 집이 되었다. 너무나 많은 방법을 써서 어느 게 가장 효과적인지도 모르겠고 원인도 모른다.
초파리와의 전쟁을 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먼저 이들과의 싸움은 장기전이다. 나타났다면 일주일은 체념하고 전투에 임해야 한다. 결과가 단시간에 나오지 않는다.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마음을 비워야 한다.
또한 나는 내 신경에 거슬리는, 낮게 날아다니는 초파리들을 향해 살충제를 직접 분사했다. 하지만 살충제를 높이 뿌릴수록 초파리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 급급하기보다는 시선은 높게 잡아야 한다. 하지만 고개를 들면 살충제가 얼굴에 직접적으로 묻으니까 고개를 숙이고 팔은 높게 뻗는다. 내 발밑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목표를 향해 버둥거리는 거다. 그러다 보면 벽에 붙어있던 초파리까지 잡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것도 얻어걸릴 수 있는 거다.
마지막으로 얘네들 참 열심히 산다. 정말 빠르게 움직이고 과감하다. 초파리 트랩에 달라붙어서도 끈질기게 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쓴다. 생각이 생각을 낳다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내게 일단 움직이고 보는 초파리의 모습은 실로 대단했다. 삶이 짧은 만큼 더 많은 걸 만지고 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사람의 인생은 초파리보단 길지만 어쨌든 짧다. 과감하게, 끈질기게, 악착같이 붙들어봐야지.
정말 싫은데 초파리를 보며 몇 가지 배워간다.
이제 여름은 시작이다. 올여름을 무사히 넘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