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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냥 May 08. 2019

인생을 잘 사는 것에 대해

아무리 노력해도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과정도 결과도 모두 엉망이 되는 것 같다.

내 인생에서의 첫 단추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하염없이 되뇐다.

어머니 안에서 자리를 잡던 그 순간부터 나는 잘못되었는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나는 그래서 아무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으며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나는 하지만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겁쟁이 때로는 공황장애 비슷한 것을 안고 있다는 것도.

백화점에서 숨을 쉴 수 없으며 사람 많은 곳에 있는 걸 온몸이 거부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

나는 인정하는 순간부터 더욱 잘못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단추가 잘못 꿰지면서 나 한 사람의 인생이 엉망이 되기보단,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망친 것 같아서 숨을 쉴 수 없다.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잘못 꿰어진 것 같다.

어머니는 그렇게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남겨진 아버지마저 인생을 즐긴다고 했지만

결국은 인생에 속박되어 돈에 얽매이며 살고 있다.


나라는 한 사람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가끔은 근원적인 질문이 밀려온다.

답을 찾으려 하지만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어머니는 이제는 볼 수 없고 내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명사가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이제 웃으며 볼 수 없다.

우리를 버렸으면 행복하게라도 살아야지 왜 자꾸  할머니를 괴롭히는지 알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내 문제 같아서 너무나 괴롭다.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눈물이 얼굴에 번져 쌍꺼풀이 생기고

콧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후련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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