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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축구 Oct 07. 2015

상수의 일본 가정식 '히메시야'

서울, 서울월드컵경기장-상수역 인근 맛집


ACL 출전권 사수를 위한 맞대결!


2015년 9월 23일 오후. 부천에서 촬영을 마친 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쯤이었다. 

K리그 스플릿 라운드까지 정규리그 2경기 만을 남긴 상황에서 2016 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두고 경쟁하는 3위 FC서울과 4위 성남FC가 경기를 앞두고 있었기에 후배와 함께 저녁을 거르고 바로 상암으로 향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늘 정체되던 도로가 그날따라 생각보다 막히지 않아 부천에서 상암까지 30여분 만에 도착해버렸다. 일찌감치 경기장에 들어서니 중요한 경기에 임하는 양팀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의 긴장된 모습이 느껴졌고, 한편으론 평일 경기이다 보니 관중수가 적어 내 고픈 뱃속 만큼 허전했다.


경기장은 썰렁했지만 경기는 뜨거웠다


양팀의 경기는 썰렁한 경기장에도 불구하고 매우 치열했다.


최근 윙백에서 활약이 좋은 고광민과 중원을 든든히 지켜주는 오스마르–다카하기의 지원, 그리고 폭발적인 드리블과 슈팅력을 가진 아드리아노까지 앞세운 FC서울. 반면 최근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는 키 플레이어 김두현을 벤치에 앉혀놓고, 발이 빠른 남준재–레이나–박용지로 2선을 구성해 측면 공격을 강화함으로써 빠른 돌파 후 최전방 황의조와의 연계 플레이를 만드는 공격전술로 맞선 성남FC.


양팀이 준비해온 스쿼드와 전술대로 FC서울은 중원과 고광민의 우측면에서 시작되는 공격이 많았고, 성남FC는 연신 양쪽 측면으로 볼을 우회시켜 크로스를 올리는 거나 윙어 남준재–박용지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공격패턴을 꾸준히 보여줬다. 


결국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전을 보이던 전반 29분, 장학영의 크로스를 멋진 발리슈팅으로 마무리한 박용지의 인생골로 성남FC가 승기를 잡았다. 전반적인 경기의 주도권은 홈팀 FC서울이 가져갔지만, 경기 결과는 임팩트 있는 한방을 보여준 성남FC가 가져간 셈. 덕분에 성남은 서울보다 리그 순위표에서 한 단계 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K리그 클래식 32R 서울 vs 성남 - 박용지 결승골


물론 이 순위 싸움엔 포항도 빠질 수 없고 33R 정규 라운드가 모두 끝난 현재 포항 3위, 성남 4위, 서울 5위에 랭크되어 있다. 34R부터 이어지는 상위 스플릿에서 세 팀은 아챔을 향한 치열한 싸움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상남자 규동의 반전


재미있는 경기를 손에 땀을 쥐며 봤더니 문득 아까 거른 저녁이 더 간절해졌다.


후배와 차에 올라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얼마 전부터 가고 싶었으나 점심이든 저녁이든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매번 발길을 돌려야 했던 상수역 인근의 단골집을 택했다. 사실 합정–상수 사이에는 수많은 맛집과 특색 있는 밥집들이 즐비한데, 그럼에도 매주 한 번씩은 생각나는 곳이다. 일본 가정식에 기초를 둔 초밥, 덮밥, 카레 등 식사류에 맥주 한 잔까지 가능한 '히메시야(ひめしや)'. 


무심결에 지나칠 수 있는 단촐한 외관


이곳은 2013년 봄 즈음 오픈 했으나 초반 6개월 정도는 기존의 상수–합정 맛집들의 인지도에 밀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픈 2년차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3년차인 최근엔 어지간해선 대기 시간이 길어 식사하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많은 명소가 됐다.


사실 오픈 초기에 사람이 없을 때에도 이곳의 미래는 별 걱정이 들지 않았다. 첫 날 맛본 덮밥과 초밥류의 퀄리티가 꽤 뛰어났고, 특히 초밥류는 네타로 사용된 생선들의 신선도가 매우 좋아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또 전문 스시집처럼 길게 생선살을 썰어 쥐어주는 스타일이다보니 그 특유의 풍부한 식감이 분명 입소문에 한 몫 했으리라 본다.


초밥도 초밥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가게에서 으뜸으로 뽑는 메뉴는 바로 소고기와 간장 소스가 어우러진 규동!


솔직히 난 평소 규동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보통 만원 이하의 단가에 소고기를 사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고기도 불만이었고, 재료가 풍부하게 쓰이지 못하다 보니 너무 짜거나 달게 한 쪽으로 치우쳐진 소스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메시야의 규동을 접하고부터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히메시야 규동의 첫 인상


군데군데 거뭍하게 그을린 고기와 양파는 불 위에서 거칠게 다뤄져 흡사 태닝한 근육질 상남자 분위기가 물씬 난다. 하지만 노른자를 톡 터뜨린 후 밥과 소스 그리고 고기를 슥슥 비벼 한 입 떠 넣을 땐 첫 인상과 다르게 입 속에서 굉장히 부드럽게 흐트러 지는 반전을 만들어준다.


첫 술이 입안으로 들어왔을 때 한 가지 더 인상 깊은 점은 고기와 양파에서 풍기는 불향이 입안을 채우고 코 밖으로까지 퍼지는데, 온몸으로 풍미가 넘치다 못해 '퍼진다'는 표현 외엔 딱히 묘사할 도리가 없다. 소스는 짠맛보다 살짝 단맛에 가까운 편으로 코팅된 밥알 한 톨 한 톨이 혀에 안착한 후 충분히 혀를 마비시키고 목으로 넘어간다. 그때마다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밥 한 그릇 안의 재료 조합이 너무나 뛰어나다.


누가누가 다녀갔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본 후 저녁을 먹지 못한 분들이라면 고민할 것 없이 히메시야를 추천한다. 며칠 전 일본에서 내노라하는 본토 규동을 직접 맛본 사람으로서 다시 평가해보더라도, 한국에서 일본식 밥집을 표방한 음식점에 만족을 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분명 히메시야는 큰 만족감을 줄 것이라 장담한다. 


솔직히 본토 규동은 느끼함이 강해 히메시야 규동의 완승이라 생각하고, 아마 홍대-상수-합정 통틀어 일본식 메뉴는 가격대비 양, 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밥집이라 생각한다. 초강추추추추!!!



+ 경기장과의 거리 - 자가용 : 약 10분 | 대중교통 : 2호선 합정역, 6호선 상수역 하차 후 도보 약 15분
+ 주차 - 불가능 (2분 거리 공영주차장 이용)
+ 서비스 - 매우 친절한 편

+ 가격 - 덮밥류 6,500원~9,000원 (규동 7,500원. 반숙추가 500원) | 카레류 6,000원~8,000원 | 스시류 5pcs 5,000원~6,000원 | 사이드 메뉴 5,000원~6,000원

+ 특이사항 - 밥과 소스, 카레 등은 원하는 만큼 무료로 추가 가능



글·사진 - 김정남 (풋볼리스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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