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망치는 곳이 아니라 미리 망가져 보는 곳
오늘도 울리는 전화벨 소리. 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아... 오늘은 또 얼마나 오래 말씀하시려나
"선생님! 우리 난우가 또 무슨 일을 저질렀다고 연락 주셨던데요?"
난우는 우리 반 최고 말썽쟁이입니다. 오늘은 화장실에서 휴지를 물에 적셔 공같이 만든 후 온 바닥에 던지고, 복도에서 뛰다가 다른 친구와 부딪히기까지 했습니다.
"아니 휴지는 애들이 장난 좀 칠 수 있죠. 난우가 어릴 때 제가 욕실에서 촉감놀이를 많이 해줬거든요. 그리고 부딪힌 친구는 뭐.. 우리 애도 많이 놀랐다고요."
이럴 땐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요? 이제 학교 상담 매뉴얼에 상황별 대응 절차와 예시 응답을 만들어 배포해주면 좋겠습니다. 최대한 감정 상하지 않게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했지만 난우 어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날카로워졌습니다.
"선생님, 제가 예전부터 느낀건데요. 선생님이 우리 애를 이해를 잘 못하시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이렇게 포용력이 없어서야. 우리 난우가 집에서 정말 착한 아이고 초등학교 때 이런 전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선생님들마다 칭찬을 하면 했지, 아무래도 학교가 우리 애를 망치고 있는 것 같아요."
학교가 아이를 망친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꾹 참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난우 어머니. 학교와 교사들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정말 애쓰고 있습니다. 학교가 난우를 망치는 곳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사회성을 배워가는 곳이라고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실수도 하고, 혼도 나고, 친구들과 부딪히면서 성장하는 곳이요."
그리고 정말 "용기"내어 덧붙였습니다.
"그래도 계속 학교가 난우에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드시면 대한민국에는 '홈스쿨링'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러자 안그래도 날카롭던 난우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홈스쿨링이요?!! 그거 집에서 제가 데리고 있는거 아닌가요? 제가요? 왜요? 아니 학교에서 애를 가르칠 생각을 하셔야죠!"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홈스쿨링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달라진 어머니의 목소리를.
"난우 어머니, 그럼 학교가 그렇게 나쁜 곳은 아닐 수도 있겠네요?"
"...아...그런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내 자식 한명도 키우기 힘들다고 하시면서, 왜 교사에게는 자기 자식만 바라보기를 원하시는 걸까요?
학교가 완벽한 곳도, 교사가 완벽한 사람도 아니지만,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그 불완전함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홈스쿨링이라는 단어 하나에 당황하신다면, 학교가 생각보다 괜찮은 곳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