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독립영화 - 1년간의 제작노트
<미처몰랐던건>은 철수와 민수, 2명의 남자가 주인공이다. 서로 다른 연애를 하고 있고 그 연애의 과정이 어떻든 결론은 둘 다 여자마음도 모르는 바보 같은 남자가 결론이었다. 그래서 우리(남자들)는 연애가 이토록 어렵고 여자들의 마음을 잘모르는 것 같다. 이게 초고의 줄거리였다.
그래서 엔딩에는 철수와 민수가 다리에서 만나 같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끝난다.
이제 연출의 역할을 맡게 된 은총형은 이 결론과 철수와 민수의 연애과정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나는 왠만하면 초고의 큰 줄기는 안건드렸으면 했지만 차분히 생각을 해봤다.
이제는 내 손을 떠난 시나리오다. 연출자를 믿고 나는 내가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자.
은총형 또한 내가 썼었다는 것을 알고서 수정에 있어서도 나에게 수정 후 물어보며 과정을 진행했다.
나는 제작PD의 역할만 잘하면 됐다.
내가 2008년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그동안 함께 걸어온 동료들 중에는 현재도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만두고 다른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 중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옆에 있는 친구가 현정이었다.
우리 영화에는 2커플이 이야기를 이끈다. 철수의 여자 민희, 민수의 여자 현주. 키 크고 세련된 도시적인 이미지의 민희, 그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현주. 그래서 나는 민희 역할에 현정이를 생각했었다.
은총형의 손을 거치는 시나리오작업수정단계에서 난 일단 현재까지 나온 시나리오를 현정이에게 보냈다.
오랜친구로서 그리고 함께 작업하고 싶은 동료로서 기대하며 기다렸다.
시나리오를 읽은 현정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재밌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다."
글로 표현해서 좀 딱딱해보이는데 실제 내게 한 얘기는 위의 글보다는 다정했다.
"현실적인 연애라는 부분은 좋은데 여자배우가 배드씬도 있고 나는 좀 힘들 것 같아, 미안."
"아.....괜찮아. 알겠어."
그렇지. 여배우에게 부담스러운 배드씬이 있어서 고사했구나.
그 외의 역할들도 있는데,
"미안해."
친구로서 괜찮았다. 자기생각이 있고 의견을 낼 수 있고, 거부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당시에는 좀 서운했다. 나라면, 친구가 영화를 만드는데 내가 해를 끼칠 내용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독립영화를 만들자는 건데 꼭 아예 안하겠다고 할까? 많이 생각해봤는데 나는 도와줬을거다.
그렇지만 어쨌든 현정이는 우리작품에는 함께 하지 못했다.
드디어, 최종본이 나왔다. (후에 대본연습기간에 3차례 수정이 더 되긴했다)
이제 제작을 준비해야 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건 '돈' 이었다.
또 커피숍에 앉아서 '돈'에 대해서 형과 얘기했다.
"사무실이 필요하고 원룸, 모텔, 보석가게, 소품 등등."
"넉넉잡고 500은 있어야 할 거 같은데요?"
"500? 그렇게나 많이?"
"이것도 좀 타이트하게 잡은건데......"
형은 최소한의 비용을 나는 최대한의 비용을 얘기했다.
내가 성격이 그렇다. 모자라서 급하게 구하는 것 보다는 일단 어느정도 +알파 금액을 생각한다.
500만원.
우리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었다.
사실, 이 돈은 단편영화를 만들때 보통 드는 금액이다.
대중들은 10분~15분 영화가 들어봤자 얼마나 들겠나하지만 사실 많은 영화감독,지망생들이 이 돈을 벌기 위해 한 학기는 알바를 하거나 영화가 끝난 후 빚을 갚기 위해 노동을 한다.
형과 나는 200만원씩 내기로 했다. 부족한 금액 100만원.
제작PD의 역할을 맡았으니 주변에 수소문했다. 모자라는 돈은 어떤 식으로 구하는지?
'텀블벅'이라는 싸이트를 추천받았다.
작품을 지인들이 조금씩 십시일반 돈을 투자해주고 후에 DVD나 관련 상품으로 돌려받는 후원이 있었다.
희망이 보였다.
이제 해야 할 건 '스탭'을 구성하는 일 이었다.
가장 먼저 촬영감독이 필요했다.
난 전에 촬영했던 인천형한테 전화했다. 조심스럽게 상황을 알리고 시나리오를 보냈다.
시나리오를 본 형은 긍정적이었다. 좋은 예감에 촬영,조명팀 페이를 어떻게 드려야할지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독립영화를 많이 한 형이라 가장 저렴한 가격을 얘기해줬다.
500.
500.
500이라.
엊그저께 형이랑 나랑 얘기한 영화 총제작비가 500이었는데.
그 500이구나.
난 쓴웃음을 지으며
'네 알겠습니다. 형 감사해요, 연락드릴께요."
통화를 종료했다.
돈은 부족하고 촬영팀은 필요하고, 막막했다.
돈이 필요했다.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