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독립영화 - 1년간의 제작노트
여배우 캐스팅을 마치고 이제 내가 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았다.
1.제작비걷기
2.크라우드펀딩준비
3.시나리오회의
4.배우리딩일정잡기
5.로케이션헌팅
6.촬영스케줄잡기
먼저 제작비, 제작비 500중에 형과 내가 내야할 300만원을 만들어야했다.
난 확실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막연한거 애매한거 이런 거 딱 질색이다.
(그런 성격인 내가 앞이 막막한 배우를 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어쨌든 난 형에게 150만원 입금을 하라고 했다.
2016년에 만들어 놓은 모임통장이 있어서 그대로 쓰기로 하고 그 곳으로 입금을 해달라고 했다.
(사실, 이 모임통장은 일일출금액이 정해져 있어서 촬영할때 미리 현금이 필요할 걸 예상하고 뽑아야했다)
내 돈 150과 형 돈 150. 총 300만원.
TV에 보면 지금은 성공한 배우들이 나는 일년에 200만원 벌었다. 뭐 이런얘기들을 하기도 하던데
사실 대부분의 배우들은 그렇지않다. 우리나이또래의 배우들 중에 잘버는 사람들은 1년 5000만원도 번다.
(내가 얘기하는 예시는 여러분들이 '단역배우'라 부르는 사람들이다)
나 같은 경우도 2500~3000만원 정도 번다. (순수연기수입만은 아니다)
3000이라 했을때 12개월로 나누면 얼마지?
그러면 그러겠지.
" 오 생각보다 많이 번다? 와 어휴 힘들겠다. "
촬영이 없는 날을 우린 다양한 알바를 한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살아서 저렇게 벌고 저 돈도 생활하기 넉넉하지는 않다.
형도 비슷하다. 그런 우리에게 150만원은 큰돈이다. 정말로.
그런 소중한, 정말 소중한 우리 돈을 통장에 넣었다. 이제 이건 '제작비'다.
제작비를 걷고 나서 이제는 '크라우드펀딩'을 준비해야 했다. 싸이트에 들어가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했었는지 주변PD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하며 준비했다.
보통 상업영화도 크라우드펀딩을 받기도 한다. 사실, 크라우드펀딩은 거의 지인들이 후원한다. 결국은 어떤식으로든 갚아야 할 빌린 돈 이었다. 정말 하기 싫었지만 500만원에 200만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양식을 만들어서 올렸다. 그리고 주변에 홍보도 시작했다.
"자, 홍보시작했으니까 주변에 많이 알려주고 부탁좀할께."
스탭들에게도 정말 가능하면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때 참 우리가 돈이 없다는게 크게 다가왔다.
살면서 명품을 사지도 않았고 그저 소확행할정도로 살다보니 넘치는 돈을 벌어본 적도 벌기를 위해 알아본적도 없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해보니 참 이 돈이라는게 없다는게 이렇게 주변에 손을 벌려야하고 자존심을 뭉개야하는구나 하면서 새삼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했다.
"형, 200만원 텀블벅 되도 수수료가 나가서 우리가 받으면 180정도 될 거 같아요."
청천벽력같은 일이 었다. 수수료! 가 이렇게 많이 나갈 줄은 몰랐다.
"그러면?"
"지금 돌아가는거보니 100만원 정도 더 필요할 거 같아요."
"촬영을 그럼 3회차로 가자."
"3회차로 가도 여배우2명, 촬영팀 5명, 제작부4명, 최소4명 잡고 하루에 11000원씩........ 뭐 조금 여유있고 400000원정도 들어요."
사실 처음 잡은 총 예상 비용은 여배우페이,촬영팀장비렌탈료,소품,식비,교통비 등을 포함해 2,300,000원정도 였다. 그런데 실제 진행을 하다보니 이 금액이 말도안되는 금액이었다는 걸 알았다. 다시 형과 얘기를 해서 500만원이 된 거 였다.
500만원으로 영화를 만든다. 3회차. 이게 가능한가?
우리가 단편영화를 만드는 데 든 최종비용은 700만원이었다.
배우페이,스탭수고비,촬영장비렌탈,식비,교통비,로케섭외비,미술소품비, 시사회와 회식비까지.
형과 내게는 정말 큰 돈인, 520만원.
텀블벅후원비를 제외한 우리 각자가 투자한 비용은 260만원.
2017년 12월 중 한 달 번돈을 투자한 것이다.
시나리오회의를 왜 하는지 사실 난 잘 몰랐다. 이미 결정 난 대본을 들고 스탭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형을 보며 왜 우리가 결정낸 시나리오를 애들에게 물어보지 생각했다. 물론 더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 좋은 방향으로 수정을 생각하는 형의 의도는 알지만 결국, 시나리오를 100프로 이해하지 못하면 쓸데없는 의견만 낼 뿐 이었다. 조감독을 맡은 윤전이가 그런 의미에서 형에게 여자의 시선으로 도움을 줬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어가며 '촬영'준비를 차근차근 해 가고 있었고 배우리딩을 준비했다.
일단은 여배우와 우리의 호흡을 맞춰야 했고 우리가 어느정도 잡힌 후에 조연들을 섭외하기로 했다. 민희와 현주는 우리와 함께 리딩을 시작했다.
난 정말 이 영화를 만들며 우리가 만들기 때문에 진심으로 진정으로 몰입하고 싶었다.
역할관계를 위해서라면 민희랑 실제로 사귀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열정적으로 우리는 연습했고 연습외 시간에 민희와 친해지기 위해 야구장을 가자고 했다.
실제 나는 장미꽃을 준비하며 철수로서 민희를 사랑하려했다.
민희의 손을 잡고 정말 데이트를 했다.
커피숍에서 대본을 맞춰보며 얘기를 나누었는데
뭐랄까...... 나 혼자 너무 열정 넘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몰입을 강요하는 건 아닌가?
야구장을 갔던 걸 형도 알고 있었기에 잘다녀왔냐는 형의 얘기에
"형, 좀 어려운거 같아."
"왜? 민희랑 잘안돼?
"아니, 정말 나는 이 친구와 진심으로 영화를 위해서 해보고 싶은데 내가 받는 느낌이 이 친구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이렇게 느껴지더라고."
"좀 어렵구나?"
사실, 당시 내가 받은 느낌은 그랬다.
예쁘고 착하고 우리영화에 함께 하겠다고 할 정도로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지만 연기관이 다르게 다가왔다.
예전에 다른사람의 작품을 할 때 오래된연인이었던 적이 있다.
영화가 완성된 후 작품을 받고 내가 느낀건 진짜 사랑하지 않았었네 였다.
그 친구와 따로 만나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연습했는데
진짜 중요한 자연스러운 연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었다.........
그때 엄청 후회했다. 배려한다는 생각보다는 확실하게 의견을 내며 끌고 갔어야 했는데 하고.
이번 영화에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우리가 만드는 내돈이 들어가는 작품이기에.
그런데 민희와 데이트 후에 갈등이 생겼다. 만약 내가 부딪친다면 더 좋아질수도 있겠지만 아예 안좋아질수도 있겠다. 촬영이 5월인데 2달도 채 안남았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최악이었다.
또 한번 나는 솔직하지 못했다. 적정선을 유지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촬영하자는 생각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배우였지만 내가 맡고 있는 역할들이 많아서 생각이 많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내가 '즐기며 연기하기'를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