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장편영화-1년간의 제작노트
나는 못할 것 같다.
사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게 현장이다.
실제로 상업영화들도 배우들을 모두 캐스팅하고 막상 촬영전에 크랭크인도 못하고 엎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중들에게 그런 일들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친구역을 맡은 배우 중 한명인 내 지인이 그런얘기를 하자 일단 당황했다.
갑자기? 왜?
이제 곧 촬영인데.
우선 침착하게 통화를 했다.
"누나, 무슨일 있어? 왜그래?"
"내가 요새 얘기를 못했는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야. 스트레스도 많고. 미안해."
"잘하고있는데왜? 응? 같이하자!"
사실 남녀를 떠나서 배우들은 특히 감수성이 예민하다. 그래서 우울증도 많이 겪기도 하고 나도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난 차분히 누나를 다독였고 다행히 조금만 멘탈을 잡아주면 촬영에는 무리가 없는 상태였다.
굉장히 심각할 뻔 했는데 다행이었다.
내가 배우로 섰을때 나도 많은 현장에서 별의별일들을 겪었었다.
학생단편영화 오디션인데 지정대본을 전혀상관없는 걸 툭주며 이병헌처럼 연기해달라거나 촬영 하루 전에 장비고장으로 촬영을 미뤄야할 것 같다, 현장에 갔더니 아주 개판이거나......
배우끼리 현장에서 연기합을 맞추다가 진짜로 싸우거나 감독과 스탭이 싸우거나
사실 사람들이 사는 곳은 다 비슷하지 않은가?
뭐 이런경우가 있어 할 수 도 있지만 지나고나면 그런 경험들을 통해 점점 성숙해지는 것 같다.
아, 최근에 어떤 오디션을 갔었는데 공연제작사인줄 알았더니 영화사였다. 무슨영화를 만들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디션을 하는데 흔히 사기형기획사에서 묻는 걸 물어봤다.
"자기가 무슨 색깔이라 생각해요?"
"글쎄요. 예전에는 빨강이라 생각했는데 요새는 잘모르겠네요. 그래도 빨강이요?"
그러자 그 연출자(?)가 내게 말했다.
"내가 볼 때는 회색이에요."
그 얘기를 듣고 난 생각했다. '회색이면 똥색인데.'
"근데 나는 좋은색깔이라고도 생각해요. 밝은색과 섞이면 그 밝은색은 부드럽게 톤을 다운시켜주니까."
현장에서는 네 그렇군요 했지만 사실 난
'회색이랑 섞이면 똥색인데.' 그런 생각이었다.
그냥 주저리생각나서 썼지만 사실 별의별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이쪽세계다.
난 그 중에서도 감수성이 풍부한 배우고,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그런 감수성이 풍부한 배우들을 다독이며 끌고가야할 제작pd였다.
다행히 촬영전 고비를 한번 넘겼다.
아마 내가 로케헌팅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로케를 찾아다닌 것도 처음이고 차도 없어서 일일히 발로 뛰어야 하다보니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장소 중에 일단 '사무실'이 필요했다. 철수의 사무실. 웹툰회사에 일하는 철수의 사무실, 깔끔하면서도 무미건조한 삭막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색깔로 찾자면, 그래 '회색'이었다.
일단 주변에 회사다니는 지인들에게 통화를 돌렸다.
"여보세요? 어 은비니? 오랜만이다 잘지내지?"
"여보세요? 응 나 부탁이 있는데......"
"야 너네 회사사무실 혹시 촬영협찬같은 거 되나?"
주변에 통화를 돌리며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느꼈다. 일단 회사를 운영하는 위치에 있지않은 이상 허락을 위에 받아야 했고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환경이 아닌경우가 태반이었다. 몇년동안 연락안했던 친구에게까지 철판깔고 전화해서 물어봤지만 찾을 수 가 없었다.
"형, 아무래도 돈주고 대관하는 쪽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대관? 가능하면 좋지!"
네이버카페 중에 로케이션을 중점적으로 다룬 곳이 있어서 정보를 찾고 딱 맞는 곳이 있어 문의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다른 대관사이트를 통해 신사동쪽에 공간을 빌렸다. 시간당 3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물론, 컨셉을 바꿔야했다.
사무실부터 쉽지 않다보니 보석가게,웨딩샵,원룸,골목길등등 다 쉽지 않았다.
그리고 밖에 트인 도로씬은 아무래도 소리지르거나 하면 신고당할수가 있었다. 미리 파출소에 신고를 해야했는데 그런 경로에 대해서 해본적이 없었다. 영화로케이션을 도와주는 협회에 문의를 했더니 직접 신고하고 주변 주민들께 양해를 드리면 된다고 했다.
이렇게 발로 하나하나 뛰면서 알아갔고 그렇게 2주일을 로케헌팅에만 뛰어다녔다.
그 사이에 대본리딩과 합을 맞췄고
은총형은 촬감과 콘티를 완성시켜갔다.
이제 촬영이 3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