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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유 Jun 02. 2021

일기

210602

일기 또 안썼다. 

역시나 쉬운 건 쉽게 잊는다. 

하지만 쉬운 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오늘 회사에 장비반납 후에 계단을 내려가는데 유난히 걸음이 가벼운 것이다. 

설마. 

역시나 주머니를 더듬으니 휴대폰이 없다. 

아니야 아닐거야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 앞 벤치에서 잠시 카메라 가방을 봤었는데 설마 거기에 둔 것일까..

휴대폰의 무수한 데이터들과 기록, 여기저기서 오기로 예정된 연락들과 

휴대폰케이스에 끼우고 다니던 신용카드 생각이 스친다. 

집 앞 벤치에 휴대폰이 없다. 

그래 내가 휴대폰을 아무데나 두고 다닐 정도는 아니지. 

건물 도어락을 누르고 집에 도어락을 누르며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휴대폰은 책상 테이블에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없다. 

등에서 땀이 난다. 

어디간거지. 누가 벤치에서 주워갔나. 회사 장비실에 두고 온 걸까. 

혼란스러워진다. 

그때 살짝 열린 화장실 문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보야. 

샤워할 때 화장실 찬장에 넣어뒀던 것이다. 


휴대폰은 쉽다. 익숙하다. 

하지만 그것이 갑자기 사라졌을때에 당혹감이란. 

일기의 쉬움과 휴대폰의 쉬움이 같은 쉬움의 종류는 아니지만

일기의 쉬움과 잊음을 생각하다가 오늘의 사건이 떠올랐다. 

쉬운것은 쉽게 다루기 쉽다. 

하지만 그 쉬운것은 스스로에게 그만큼 익숙하기에 쉬운것은 아닐지. 

익숙한 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쉽고 익숙한 것에 감사한다. 

쉬운 일상과 모든 하찮고 쉬운 익숙한 것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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