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놓고.
고양이는 인간보다 뛰어났다.
신체적인 능력도 그러하였으며 두뇌 면에서도 인간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였다.
하지만 고양이는 인간들을 합리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인간들보다 모자란 척 위장하며
인간들을 서서히 지배했다.
고양이들의 생명은 무한했는데 고양이들은 각자의 신체의 성능이 다 되어갈 때 쯤
자신들의 털에 자신의 영혼을 담아 새로운 개체 속으로 이동했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이런 고양이들이 짧은 시간에 수명을 다하고
다른 고양이가 태어나는 줄 착각했다.
인간들은 고양이들에게 지배되어 그들을 받들며 살았다.
밥을 주고 재워주고 그들을 즐겁게 해줬고 그들이 화가 나면 호통을 듣거나 매맞고도
행복해 했다.
고양이들은 자신들이 인간들을 이렇듯 함부로 대해도
그들이 자신들을 사랑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귀여운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양이들이 인간들을 보는 수준은 인간이 바퀴벌레를 보는 수준이었다.
그만큼 고양이들은 인간보다 우월했다.
어리석은 고민과 실수들을 반복하는 인간을 보면서
고양이들은 인간들이 지겨워졌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그동안에 위장전술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인간들을 지배하기로 마음먹었다.
고양이들은 일단 야생 고양이들에게 명령을 내려 사회적 폭동을 일으키고
특수부대를 투입해 군경을 장악한 뒤
1% 브레인들로 구성된 정치 연구요원들로 세계 정재계를 장악해
고양이 세상을 선포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이건 그들이 제 손으로 캔을 따는 만큼 아주 쉬운 일이었다.
여기 보이는 고양이의 이름은 카토르 냐도르만. 이 자는 겉보기엔 평범한 고양이였지만
사실 온 세상의 고양이들이 떠받드는 고양이들의 왕이었다.
이제 카토르가 개전명령을 내리면 온 세상의 고양이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인간들의 세상을 정복할 것이다.
카토르가 개전명령을 외치려 목을 다듬는 순간.
주말에도 집에서 업무에 빠진 집사가 보였다.
카토르는 어쩔 수 없이 연민에 빠졌다.
아무리 하찮은 존재라지만 저렇게 필사적으로 사는데 우리가 그들의 세상을 없애버리면
마음이 후련할까. 사실 공생이 가능했다. 인간의 세상을 없애려고 했던 것은
단지 그들이 지겨워서였다.
카토르는 결국 온 세상의 고양이에게 인간지배계획의 취소를 알렸다.
고양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카토르는 모든 고양이들에게 일상에서 전처럼 고양이들의 임무를 성실히 임해달라고 격려하며, 계획의 취소가 집사가 새로 사다주기 시작한 연어캔 때문이 아님을 강하게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