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에 이혼이라니

가을의 끝자락에서

by 오늘의 나

길고 긴 겨울을 맞이하기 전,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이 결실을 맺는 가을이었다.


출산 후 두 달 만에 복직한 나는

두 번의 진급 시험 끝에 합격했고,

맡았던 큰 프로젝트들 또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 무렵 핏덩이 같던 아이는

어느덧 걷고 말하는 두 살이 되었다.

커리어뿐 아니라 육아와 일상까지

모든 것이 충분히 무르익어 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남편과의 관계는

이 모든 흐름을 거슬렀다.


결혼 전부터 마음에 걸렸던 일련의 사건들은

결혼을 하면 좋아질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결혼 생활 속에 잠재해 있던 것들 역시

아이를 낳으면 괜찮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결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던

‘신뢰’는 반복해서 무너졌다.


이미 깨진 유리 조각을

아무리 붙이려 애써도

한번 금이 간 신뢰는

깨진 유리병과 같았다.


그 조각들을 어떻게든 이어 붙여

아름다운 꽃, 우리 아이를 담아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갈아 넣었다.


그래서 더욱 휴직 기간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일과 나를 제쳐두고

온전히 우리 셋을 위한 재정비의 시간이 되리라

간절히 바라왔기 때문이다.



희망찬 수확의 계절,

가을의 끝자락에서 나는

거두고 싶지 않던 뜻밖의 열매를 마주한다.


내 인생에 결코 없으리라 자부했던,

이혼이라는 결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