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 다른 하루

서서히 멀어진다면

by 오늘의 나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숙려기간 동안에는

일단 같은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물론 부동산에 내놓은 집이
수개월째 나가지 않았던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컸던 건
아빠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기보다는
서서히 멀어지는 편이
아이에게 덜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미 도장까지 찍어버린 관계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하루를 함께 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마주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빠는 아이가 잠들기 직전에 집에 들어왔고,
아이 앞에서는
최대한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려 애썼다.
어쩔 수 없이
같은 방에서 잠을 청하던 날들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괴로웠다.
그럼에도 이 또한
내가 견뎌내야 할 몫이었다.


그렇게
같은 집에서
너무나도 다른 하루들이
이어져 갔다.


버티고 버티며 지나온
숙려기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유난히도

아빠와 애착 형성이 잘 되어 있던 딸아이.


평소 같으면
엄마와 아빠가 손을 잡는 모습을 보면
질투하며 끼어들던 아이가
그날은 아무 말 없이
내 손과 그의 손을 맞잡아 주었다.


고작 세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도
모든 것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불안함을 전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화장실로 자리를 피했다.


소리 없이 흐느끼는 일은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질문은
처음으로
나를 들여다보려는 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