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이름대신 불리던 이름.
굽은 허리가 한때는 꼿꼿했던
어린 계집애였던 짧은 시절이 있었다.
충청남도 노란 흙과 초록 풀에 둘러싸인 과수원에서
먼저 보낸 아들놈,
속 썩이는 아들 하나,
귀머거리 아들 하나,
귀여운 막둥이,
그리고 딸년 둘의 엄마가 되었다.
개새끼 이뿐 줄 모르겠다던 시골할매가
갈색 푸들 한 마리에 온갖 정을 다 주고
하나님 만나러 가는 약속도 미루고
이제는 텅 빈 다락 앞에 앉아
시집올 때 곱게 수놓았던 벼개며 이불 꺼내 태운다.
천천히 사그라드는 불
연기만이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