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아카이브 1.

외할머니

by 빈수레

이름대신 불리던 이름.


굽은 허리가 한때는 꼿꼿했던

어린 계집애였던 짧은 시절이 있었다.


충청남도 노란 흙과 초록 풀에 둘러싸인 과수원에서

먼저 보낸 아들놈,

속 썩이는 아들 하나,

귀머거리 아들 하나,

귀여운 막둥이,

그리고 딸년 둘의 엄마가 되었다.


개새끼 이뿐 줄 모르겠다던 시골할매가

갈색 푸들 한 마리에 온갖 정을 다 주고

하나님 만나러 가는 약속도 미루고


이제는 텅 빈 다락 앞에 앉아

시집올 때 곱게 수놓았던 벼개며 이불 꺼내 태운다.


천천히 사그라드는 불

연기만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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