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숙사
기숙사 2층 사감실에서 조교들이 명단을 확인하고 방키와 침대시트를 나눠줬다.
3층 화장실 바로 옆방이 앞으로 내가 한 학기 동안 살 집이다.
스무살 나의 첫 집.
방 문 앞에서 병실의 이름표같이 위에서 아래로 적힌 네 명의 이름 중 내 이름과 전공을 확인하고 들어간다. 방문이 열리자마자 정면의 커다란 창을 통해 봄볕이 눈으로 쏟아진다.
허리춤만 한 신발장 위에 벌써 목욕바구니 세 개가 놓여있다.
찬찬히 움직이던 나의 시선이 낯선 목소리와 부딪치며 멈춘다.
해연은 책상 위에 앉아 나를 빤히도바라보며 경쾌하지도 침착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 너구나, 김여은. 어디서 왔어?"
묘하게 거슬린다. 몇 분 차이? 몇 시간 차이? 하루차이쯤 되려나? 선배가 신입생을 대하는 말투다.
분명 방문 앞 명패에는 4학년 1명, 1학년 3명이었는데. 그럼 저 사람이 4학년 선배?
해연이 앉은 책상이 깨끗하다. 나도 빠르게 스캔한다.
“충남 선재. 이름이 뭐예요? “
“아 나는 유해연. 생과대 의상학과야. 나도 1학년. 뭐야 왜 존댓말해. 나도 스무살이야.
(대각선 자리를 가리키며) 여기 앉는 언니가 4학년이고 언니는 정경대래. 이름은 김은영.
그리고 (자신의 왼편을 가리킨다. 4학년 언니자리 다음으로 좋은 자리같다.) 여기 얘는 정유진이고 법대.
얘도 우리랑 동갑. 벌써 술 먹으러 나갔대. 오늘 안 들어올 수도? 모르겠다. 안 들어오면 벌점 이랬는데, 오늘부터 점호하나? 좀 있다 보고 문자 날려야겠다.
아 네자리는 (신발장 바로 옆을 가리킨다. 남은 자리는 이 곳 하나다.) 거기하면 돼.
나랑 유진이는 어제 왔어. 유진이는 선양애고 나는 진월에서 왔어. 전라도 진월 알지?
너 코 골아? 네가 내 위에서 자면 돼.”
“.. 어 고마워.”
‘ 뭐야 엄청 아는 체하네.’
나는 책상 위에 짐을 놓는다.
“유진이라는 애랑 너는 원래 아는 사이야?"
내가 하는 행동을 시선으로 따라가며 해연이 대답한다.
"아니, 어제 처음 만났지.”
“아.. 나는 원래 아는 사이처럼 말하길래"
“어 유진이가 나랑 잘 맞을 것 같더라고. 너는 오늘 뭐 해? “
"어.. 일단 짐 정리하고, 학교 주변 좀 돌아다녀보려고,
(목욕 바구니를 가리키며) 아, 이거 준비해 오라고 했었나?"
"우리 방 옆에 화장실 있잖아. 그 안에 샤워실 있는데, 왔다 갔다 하려면 필요할걸? 안 챙겨 왔어?
나도 어제 샀어. 주변에 천원샵 같은데 찾아봐.
나는 약속 있어서 나갔다 올게. 번호 좀 "
해연은 모든게 익숙해 보였다. 이 공간도, 이런 상황도. 심지어 나를 원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무엇하나 매끄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애가 나가고 2층 침대 위 아까 받아 온 하얀 시트를 깔고, 벽에 달린 조명을 껐다 켜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매일밤 2층 침대 위에서 잘 수 있다니.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