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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화랑 May 20. 2019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외가댁 풍경


외할아버지 90세 생신.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전북 정읍에 있는 외할아버지 댁에 다녀왔다.

철원에서 버스를 타고 성남까지 2시간 반. 성남에서 다시 정읍까지 3시간, 5시간의 장거리 이동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차에서 재잘재잘 수다의 꽃을 피운 엄마와 이모.


이모와 엄마가 함께 외가댁에 가는 건 아마 20년 만인 듯.

'그동안 내가 종종 모시고 갔었어야 했는데' 하는 죄송한 마음 반, '이제부터라도 자주 모시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뵈야겠다' 다짐을 안고 외가댁으로 향했다.


엄마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정읍까지 가면서 먹을 김밥을 싸서 플라스틱 찬합 통에 가지런히 담아오셨다.

어린아이처럼 들떠있는 두 분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꼭 소풍을 가는 어린아이 같았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외가댁에는 이미 둘째 외삼촌, 외숙모, 막내 외삼촌이 와 계셨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주무시지 않으시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우리를 반겨주셨다.

가족들은 새벽 4시가 다 되어가도록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날 나는 혼자 밖으로 나와 외갓집과 근처 풍경을 사진으로 찍으며 소중한 순간을 기록했다.

수년이 지나 이 사진을 본다면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내년에 또 엄마를 모시고 이 곳에 와야지.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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