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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화랑 Jul 16. 2019

키다리 아저씨,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한 소설


도서관에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과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 두 권을 빌려왔다. 키다리 아저씨를 집어 들어가는 글을 읽는데 저자 진 웹스터가 마크 트웨인의 증손녀라는 설명에 깜짝 놀랐다. 호호.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지만 내게 어떤 '촉'이나 '감'이라는 것이 있나 싶어 이런 우연에 혼자 우쭐해했다.


1912년에 첫 출판된 '키다리 아저씨' (Daddy Long Legs)

요즘은 오래전에 출간된 책을 읽을 때면 언제 쓰였는지 꼭 찾아본다. 이런 멋진 책들이 100년 전, 200년 전에 쓰였다는 사실과 그 당시 시대 배경을 알게 되면 책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키다리 아저씨를 읽는 내내 주인공 제루샤 에버트(그녀의 애칭-주디)와 나는 어딘가 아주 조금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닮은 구석-어린 시절

나는 주디와 같이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을 유명한 책들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주디처럼 고아원에 살았던 것도 아닌데) 작은 아씨들, 톰 소여의 모험, 로빈슨 크루소, 제인 에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책들을. 어렸을 적 나에게 책을 읽으라 한 사람도, 책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준 사람도, 책을 사준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을지도.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 이런 책들을 읽었더라면 나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조금은 더 희망적이고 낙천적인 아이로 성장했을까 상상해본다.


두 번째 닮은 구석-대학교 1학년 시절

대학에 입학해 아이들이 하는 말의 절반 정도는 못 알아듣겠다던 주디는 자기 스스로 무지의 깊이를 깨닫고 다른 아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밤에는 책을 읽을 거라며 다짐했다. 다른 아이들을 따라잡으려면 멀었지만 그 아이들을 따라잡는 일이 즐겁다는 그녀가 예전의 내 모습 같았다.


세 번째 닮은 구석-키다리 아저씨

이 책을 이제야 제대로 읽었지만 예전에는 고아 소녀가 키다리 아저씨의 금전적 후원을 받아 대학교에 진학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 내용이라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만으로도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나에게도 키다리 아저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안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내게도 시절 시절마다 키다리 아저씨가 있었다. 그 사실은 서른이 넘은 후에야 알게 되었고. 때로는 선생님, 때로는 친구, 때로는 애인이 나의 키다리 아저씨가 돼 주었다. 그래서인지 주디의 편지가 마음에 깊이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키다리 아저씨(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 같아서. 


분에 넘치는 행복을 받고 있는데 이 행복이 언제 사라질지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신이 이런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아주 훌륭한 사람임이 틀림없다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만 보아도 주디의 성격이 어떤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읽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그녀의 편지들.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한 키다리 아저씨를 읽고 생각에 잠겼던 요 며칠이었다.




정말로 소중한 것은 커다란 기쁨이 아니에요. 

사소한 곳에서 얻는 기쁨이 더 소중하답니다. 

아저씨, 전 행복의 참된 비법을 찾아냈어요. 

그 비법이란 바로 '현재'를 사는 거예요. 

한없이 과거를 후회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만 꿈꾸는 것도 아니에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그것이 행복의 지름길이에요. 




스티븐슨은 이런 멋진 생각을 했대요.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것이 있으니

인간은 누구나 왕처럼 행복해야 하리라.

정말 맞는 말이에요. 

자신에게 찾아오는 기회를 붙잡을 의지만 있다면 

이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고, 가볼 곳도 많아요.

비법은 바로 융통성이에요. 

특히 이런 시골에는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아요. 

전 누구의 땅이든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있고, 

누구의 경치든 마음대로 즐길 수 있고,

 또 누구의 시냇물이든 마음대로 들어가 

물장구도 칠 수 있어요.

마치 내 것인 듯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세금도 안 내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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