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달 뒤면 쌍둥이의 돌잔치다. 돌잔치가 코앞인데 아직 헤어, 메이크업, 의상도 알아보지 않은 상태.
이렇게 글 쓸 시간에 알아보면 되는데 알아보는 게 마치 육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 유일한 나의 자유 시간에는 당최 아무것도 알아보고 싶지가 않다. 도대체 언제 할는지;;
아기를 낳기 전에는 돌잔치는 안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아이를, 그것도 둘을 동시에 낳고 보니 돌잔치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만 가족들만 모시고 작은 곳에서 했으면 했다.
기본적인 마인드 자체가 돌잔치는 가족끼리만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인데다가 코로나 시대에 손님들을 모시는 것도 조심스럽고, 쌍둥이라 부담 드리는 것 같은 마음도 있고, 또 육아하기에도 바쁜데 돌잔치까지 준비할 자신도 없고, 돌잔치에 손님들까지 상대할 체력은 더더욱 없고, 아이들 컨디션이 중요한 날인데 사람들 모두 불러 놓고 두 아이를 케어할 자신도 없었다. 암튼 결론은 ‘내가 힘드니까 크게 안 하고 싶어.’다.
우리 엄마야 내 의견에 오케이지만 시어머니와 남편 입장은 달랐다. 두 사람 모두 주변 사람들 돌잔치에 다녀온 적이 많고, 우리 아이들을 여러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 이번 기회에 전국에 있는 친척들을 모셔 얼굴을 한 번 뵐 수 있을 것 같아이왕이면 크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아가씨네도 돌잔치를 직계만 모시고 집에서 했고, 큰형님, 아주버님도 모두 직계만 모시고 했기에 의무로 해야 할 것도 아니니 우리도 직계만 모시고 하자고 밀어붙여 결국 직계가족만 모시고 돌잔치를 하기로 했다.
이미 예약은 끝났는데 “얼마 전 누구 돌잔치를 갔는데 왜 쌍둥이네 돌잔치 안 하냐고. 쌍둥이 보고 싶어한다고 한다.” “고모부가 쌍둥이들 너무 보고 싶다고 돌잔치 하면 꼭 초대하라고 하시더라.” “이번에 광주 내려갔다 왔는데 이모들 왜 돌잔치 안 하냐고. 이때 안 보면 언제 다 같이 얼굴 보냐고 말씀하셨다” 가끔 오실 때마다 넌지시 말씀하시는 시어머니..
나는 표정관리가 안된 상태로 “어쩔 수 없죠 뭐”라고 대답했다.
나는 시댁과의 관계에 있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 그래야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까. 그래야 마음이 우러나 시댁에게 잘할 수 있으니까. 사실 눈치는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집안 분위기와 정반대의 성향의 개인주의적인 며느리가 들어와 자기 마음대로 하는데도 다 이해해 주시고 뭐라고 하신 적이 한 번도 없으신 시어머니. 너무 예민한 며느리가 아닐까. 이기적인 며느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오늘은 신랑과 어머님과의 통화에서 어머님 친구분이 전화를 받으셔서는 왜 쌍둥이네 돌잔치를 안 하냐고 하셨다. 휴. 어차피 크게 할 생각은 지금도 없으니 다른 사람들 말에 흔들리지 말자. 나를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쌍둥이네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