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수아 Jan 06. 2023

두 대머리 이야기

미용실에서 나눈 대화이다


“언니, 오늘도 손님이 안 올 거예요.”


“왜?”


“언니 하고만 이야기하고 싶어서 내가 빌거든요.”


장사하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데, 난 그녀의 마음을 안다. 사람들이 뿜어내는 스트레스를 잘 참아내다가 ‘나’라는 사람에게 위안을 받고 있다는 것을.


“언니, 언니에게 내 이야기 좀 해도 돼요?”


그렇게 시작한 우리의 관계는 7년 정도 이어졌다. 그녀의 말대로, 손님이 제법 많은 미용실에 손님들이 우리를 슬슬 피해 가는 것 같았다. 어제도 그랬고 그동안도 그래 왔다. 몇 시간 동안 우리는 근사한 찻집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어제 들었던 그녀의 둘째 아들 이야기가 지금도 훈훈하게 나를 적신다.


아빠의 대머리를 쓰다듬더니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아빠의 대머리 한가운데에 뽀뽀를 했다는 아들. 나도 얼마 전에 신문에서 읽었던 일본의 만화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아들의 대머리, 그는 어머니 앞에서 자주 그 대머리를 만지게 해 드린다고 했다. 두 대머리 이야기 덕분에, 앞으로는 길을 가다가 머리가 반짝이는 분들을 보면 내 눈가에는 주름이 잡히고 내 입꼬리는 살짝 올라갈 것 같다.


좋다.

세상은 이래서 살만한 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