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가끔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도 되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아주 오래 전의 숨어있는 나의 선행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넘치게 제자 사랑을 실천하고 하늘나라로 떠나신 아버지 생각도 나고, 거의 20년 정도를 시댁 조카 여럿을 건사하고 사셨던 엄마가 떠오르기도 한다.
내가 교사 발령이 나자 아버지께서는 '아이들을 절대 함부로 대해지 말고, 절대 편애하지 말라'라는 조언을 해 주셨고, 내가 첫아이를 낳고 학교로 복귀할 때에는 '교사 책상에 아기 사진을 올려놓지 말고, 그냥 반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갖고 다니던 내 수첩에 아이 사진을 붙여놓고, 틈나는 대로 보았던 기억이 있다.
내 자식처럼은 아니겠지만, 아버지 핏줄을 이어받은 나는 학생들에게 헌신하는 교사로 살았고, 나의 삼 남매는 내 아이를 책임지는 분들에게 그냥 맡기고 살았던 것 같다. 그분들께 사랑의 에너지를 보내면서.
감사하게도 뛰어가서 90도 허리를 굽히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아이들의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공군 장교인 아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 세 분의 멘토, 장교 학원 원장님과 헬스 원장님, 그리고 훈련 소대장님은 내가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아들에게 깊은 사랑을 주고 계신다. 그 모습에서 나의 아버지를 평생 사랑하고 존경했던 제자들이 떠오르고, 나를 잊지 않고 챙겨주고 있는 나의 제자들이 떠오른다.
아버지 말씀이 옳았다. 내 일에 충실하고,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살면, 내 자식들은 어디에 있건 좋은 분들과 좋은 인연을 맺으며 살아갈 수 있음을. 내가 볼 수 없고, 내가 힘쓸 수 없는 영역에서도 사랑의 씨앗은 돌고 돌아 꽃을 피울 수 있음을.
알겠다. 점점 알아진다. 그냥 좋은 마음으로 매 순간을 사는 거다. 어두운 마음을 과감히 물리치고, 밝고 긍정적인 평화의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거다. 지금 이 자리에서 사랑을 심는 거다. 사랑을 선택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