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일이다.
"잘 나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심한 체기로 고생고생을 하는 남편과 함께 한의원에 갔었다. 발목 수술을 한 나보다 남편이 더 심각하다고 하셨던 한의원 원장님께서, 회복되고 있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어쩜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하실까, 감동을 받았다.
원장님의 그 마음이 뭔지 나는 알고 있다. '일 년 안에 변할까' 교사로서 자신이 없었던 아이가 좋은 방향으로 변했을 때, 말로 표현은 안 했지만 정말 많이 기뻤었다. 그 아이의 밝은 미소가 내 세포 하나하나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 같았다.
사명감!
내 환자가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의사 선생님의 마음, 내 학생이 나를 만나 좀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교사의 마음, 내 책이 독자들을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 내 환자가 생의 마무리를 잘하고 떠날 수 있도록 바라는 호스피스 병동 봉사자의 마음!
엄마라는 이름으로 사는 사람은 어떨까? 아버지는 어떨까? 내 아이가 나를 만나 행복했을까? 내 아이의 엄마여서, 아빠여서 그 아이들은 좋았을까? 어쩌면 가장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할 자리가 부모 자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