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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Nov 28. 2023

운전 트라우마 극복

운전 트라우마가 있었어요. 2018년 봄에 남편과 함께 등산하고 내려오다가 발목이 골절되어 119 아저씨 등에 업혀 내려와 삐오삐오 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갔지요. 발목이 두 배로 부어올라, 바지를 가위로 잘라내었습니다. 바로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고, 1년 후에는 철심을 빼는 수술을 했습니다.


다친 건 발목인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어도 운전을 할 수 없더군요.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려서요. 그래서 2년 반이 지나도록 운전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목에 심한 통증이 느껴져서 이비인후과에 가야 하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할 수 없이 용기를 내어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몸이 기억하고 있고, 가까운 거리라 운전을 무리 없이 잘하고 왔습니다. 그 이후 가까운 곳을 몇 번 다녀왔고, 이어서 또 이비인후과에 갔습니다. 제 약을 지으면서 남편 숙취해소 약도 샀고(아버님과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장지까지 왔던 절친 후배 생일이어서 과음을 했습니다), 감자탕도 사서 차에 싣고 집으로 오면 되는데, 운전을 하다가 꼭 알아야 할 간판의 전화번호를 발견하고는 그걸 외우느라 제 아파트 입구의 유턴하는 곳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조금 가면 또 나오겠지' 태평스럽게 운전을 했는데, 갑자기 고가도로가 나오면서 IC 안내 간판이 나오더군요. 깜짝 놀랐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차선을 바꿀 수 있는 두 번째 IC 옆길로 나와서, 다시 고가도로를 쌩쌩 달려서 저희 동네 근처로 왔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건망증도 심해 이런 일이 생기면 스스로에게 화도 나고 그랬는데, 요즘 명상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다행히 마음은 평온했습니다.


항상 이유 없는 일은 없다는데, 왜 이런 일을 겪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집에 다다를 때쯤 문득 떠오르더군요. 나의 운전 트라우마가 완전히 극복되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다는 것을요. 원래 운전을 즐겨하던 제가, 오늘 고속도로를 달리며 예전 그 느낌을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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