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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Feb 07. 2024

오랜만의 외식

2017년 2월 7일 일기

어머님 병환이 깊어진 이후에 우리 가족만의 외식은 생각도 못 하고 살았다. 주말은 온통 어머님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는 큰딸도 3주에 두 번 정도는 할머니 댁에서 시간을 보냈고, 올해 고3 수험생이 되는 막내딸도 거의 매주 할머니를 뵈러 갔다. 주말까지도 알바를 하던 아들은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가끔 토요일 저녁에 할머니를 뵈었다. 우리 가족은 어머님께서 사랑받고 있음을 충분히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어제 오랜만에 가족만의 외식을 했다. 어머님께 저녁을 차려드리고 설거지까지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어머님 컨디션이 매우 좋으셨다.  겨울방학 동안 알바를 하며 번 돈을 내게 다 주던 아들이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다.  아들은 자기가 번 돈으로 3박 4일의 첫 해외여행을 하고 어제 돌아왔다. 오늘 개학인 막내딸이 고3 수험생으로 진입하는 느낌도 들었다. 회사 다니느라 힘든데도 할머니 사랑이 지극한 큰딸에게도 늘 고마웠던 터였다. 평소에 자주 다녔던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모두 고맙고 사랑스러운 내 사랑들!


얼마 전 책에서 읽었던 '부부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자녀들은 안정감과 함께 자존감이 높아진다. 저렇게 사랑하는 두 분 사이에서 내가 태어났구나, 하며 아이들은 매우 행복해한다'라는 내용을 남편에게 알려 주었다  매우 공감했던 남편이 어제저녁 식사 중 평소보다 더 자상하게 나를 챙겨주어 웃음이 났다.


하루의 시작이 어머님이고, 하루의 마무리가 어머님 생각인 요즘이다. 그래도 몸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으시고,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하시고 고마워하시는 어머님 모습이 참 곱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 사회에서 배운 것보다도 어머님께 배운 것이 더 크다. 내 나머지 인생에서 난 어머님을 떠올리며 살아갈 날이 많을 것 같다  손주들을 '인화초'라 하시며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대하셨던 분, 음식 하나라도 늘 먹기 좋게 정성을 기울이셨던 분, 학교 문턱에도 가지 않으셨던 분이 '우리말 겨루기' 같은 배움 프로그램을 즐겨 보시던 분, 늘 호기심이 많으셨고 도전하는 태도로 사셨던 분이셨다.  한 마디로 멋진 분이셨다.


하루가 소중하다. 어머님과의 남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어머님의 병환으로 깨닫게 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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