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분가 이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수아 Mar 30. 2024

오늘 새벽엔 (2017.3.30)

한 시간 넘게 그냥 누워있었다. 몸도 무겁고 머리도 좀 아프고 눈에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조금 전에는 심장에 약간의 통증이 스쳐갔다.


어제 처음 보았다. 어머님의 그 무서운 통증을... 소리를 지르는 그 고통의 얼굴을 말이다. 그동안 내 앞에서는 용케도 피해 가던 통증이 내 앞에서 어머니를 괴롭히고 있었다. 병실에 들어가니, 간호사님이 링거주사바늘이 꽂힌 팔 주변이 부어있어 팔 대신, 처음으로 종아리에 바늘을 꽂고 계셨다. 팔에는 더 이상 혈관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시면서. 그때 통증이 같이 찾아왔다. 간호사님은 서둘러 진통 주사를 갖고 달려오셨고, 주사를 맞으신 어머님은 가만히 누워계셨다. 통증이 바로 잡히신 듯했다. 나는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물김치와 샐러드를 식당에서 얻어와서(지난번에는 아들과 점심을 먹고 샐러드바에 있는,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두 음식을 보고 직원에게 말씀드려 조금 얻어왔지만, 어머님이 너무 잘 드시는 걸 보니, 오늘은 아예 1인분 식사 계산을 하고많은 양을 담아 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처음 본 식당 주인이 내 심정을 경험해서 안다고 하시면서 반찬통에 듬뿍 넣어주시며 그냥 가라고 카드를 받지 않으셨다) 점심을 맛있게 드실 걸 상상하며 급한 걸음으로 달려왔건만 ㅠ ㅠ


​나는 어머님께 간병 아주머님이 식사를 하실 동안 내려가서 점심을 먹고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병실을 나와 많이 울었다. 처음으로 어머님을 이 세상에 오래 계시라고 붙드는 게 맞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몇 달 전, 어머님과 전화 통화 중 어머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이렇게 아픈데 살아서 뭐 하냐... 죽는 게 낫지..."


난 그날 딱 한 번 어머님께 우는 목소리를 들려드렸고, 아직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다.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죽집에 내려가 앉았다. 죽을 먹으면서도 눈물이 계속 고였다. 죽을 반쯤 먹고 마음을 좀 추스른 후에 대추차 두 잔과 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병실을 향했다.  아주머님이 긴 의자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밤에 어머님 따라 잠을 거의 못 주무셔서 피로감이 매우 극심한 상태시니, 나는 발걸음을 살금살금 다시 복도 의자로 가서 한참 앉아있다가 들어갔다.


어머님은 주무시다가 눈을 뜨셨고, 화장실에 들어가셨다. 형님 부부가 병실로 들어오신 3시 넘어까지 나오지 않으셨다. 입원 전에는 가장 길어야 한 시간이었지만, 스텐트 시술 이후에는 보통이 두 시간이 넘어 최장시간이 2시간 40분이라고 간병 아주머님께 들었다. 퇴근해서 어머님 병실에 다녀온 남편이 말했다. 어제는 네 시간 후에 나오셨다고 들었단다.


보통 일이 아니다.  화장실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시라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 기운을 다 빼고 나오시니 어제는 남편의 말에 고개로만 답을 하시더란다. 아침은 조금 드셨다고 하는데, 점심도 저녁도 드시지 않은 채 축 늘어져 누워계셨던 어머님!


어제는 복도에서 울면서, 어머님 대신 용서를 빈다고, 어머님 독설로 상처받으셨던 많은 분들께 용서를 빈다고, 제발 통증을 피하게 해 달라고, 나도 모르게 그런 기도를 했다.


어제 화장실에 가시려는 어머님 신발을 신겨드리려고 한참을 쭈그려 앉아있는 내게, 다리 아프다고 그러지 말라고 다정하게 말씀하시던 어머니를 난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어떻게 어머니를 보내 드릴 수 있을까.....


오늘은 막내딸이 학교에 가는 시간에 맞추어 일찍 병원으로 떠나야겠다.


※ 시어머님은 그해 여름 소천하셨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