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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Apr 10. 2024

아버님 산소 이장 준비 (2018.4.9)

시어머님이 계신 가족 납골묘에 시골에 계신 아버님을 모시고 올라올 예정이다. 4월 하순!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는 17년, 우리 막내가 아기였을 때이고,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집에 이사 오기 전이었다.


남편을 '그 화상, 그 웬수'라고 표현하셨던 우리 어머니, 그 당시는 어머님에 대한 짠한 마음보다는 장애를 가진 시아버님만 안쓰러웠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 여인의 고단했던 삶'이 가슴으로 다가오며 난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가족을 먹여 살린 한 여인의 삶은 참으로 위대했다고 생각하며 어머니에 대한 내 사랑은 점점 깊어졌다.


"나 죽으면 자식들 가까이 있고 싶다. 시골 아버지도 화장해서 모시고 와."


말기 암 진단을 받기 보름 전, 큰아버님 장례식장에 다녀오며 우리 부부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어머님과의 이별이 점차 다가올 시점에, 우리 부부는 아주버님 부부와 시누님께 어머님의 그 말씀을 전달해 가까운 곳에 가족 납골묘를 마련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이 아닌, 당신을 집안의 가장으로 만들어놓은, 한 많은 인생으로 몰아놓은 '웬수'라고 여기던 어머님의 긴 세월을 생각해서라도 어머님을 몇 년 동안이라도 혼자 계시게 하자(윤달 문제도 있으니 3년 뒤에 옮기자)는 시누님의 의견이 있었으나, 강력한 아주버님의 의견으로 이번에 아버님을 모시고 올라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랜 세월 나를 힘들게 하셨던 어머님이 나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다 떠나셨듯이, 아버님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도 다 녹여내시고 이 세상을 떠나셨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아버님 모실 준비를 하고 싶어서 어제 어머님께 다녀오자고 남편에게 말했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색깔의 화사한 꽃을 사서 어머님께 드리고 왔다. 바람에 날리고 색 바랜 꽃들은 다 정리해서 버렸다. 어머님 계신 곳을 깨끗이 닦아드리고, 어머님께 두런두런 이런 말씀을 드리고 왔다.


"어머니, 시골에서 아버님이 곧 올라오실 거예요. 이미 천국에서 잘 지내고 계시겠지만, 어머님과 아버님이 함께 이곳에 계시는 게 전 든든하고 좋아요. 어머니도 그러시죠? 어머님이 정성스럽게 키우신 우리 삼 남매는 너무나 훌륭하게 잘 자라서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어요. 어머님이 장남처럼 의지하셨던 막내아들, 제가 더 많이 사랑해 주고 알콩달콩 잘 살겠습니다. 사랑해요, 어머니!"


돌아오는 길에 유명한 벚꽃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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