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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Jun 26. 2024

모르는 죄

기억엔 없지만 앞에서 누군가 물었다.


"알면서 하지 않는 죄와 모르면서 하지 않는 죄, 둘 중에 어느 죄가 더 클까요?"


나를 포함해 앉아있던 모든 사람이 첫 번째라고 대답했다. 기억에 없는 그분은(왜 기억이 안 나는 걸까? ㅠ ㅠ) 아니라고 말했다. 알면서 하지 않는 사람은 언젠가는 그 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할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 거라고. 그 당시에는 그 말이 이해가 잘되지 않았는데,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지금은 그 말이 옳다는 걸 알겠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지식'에 관한 것은 어느 부분만 알아도 되겠지만, '지혜'에 관한 것은 끊임없이 배우고 깨달으려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남을 위한 배려, 주인 의식, 자존감의 의미, 공공의 이익, 욕심과 절제의 조화, 등등 사회인으로 성숙하게 살기 위해 자신의 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잦은 잔소리는 나쁘지만, 가족에게 가끔은 그것에 대해 말해주어야 하고, 자기가 모시는 상사의 영향력이 클 때에는 때로는 용기 내어 소신 발언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초등학생이었을 때 읽었던 '벌거숭이 임금님'에서, 거짓으로 옷을 짜고 있던 사기꾼들과 벌거숭이로 백성들 앞을 걸었던 그 멍청한 임금님을 나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는 거의 그랬을 것이다. '콩쥐는 착하고 팥쥐는 나쁘다. 놀부는 나쁘고 흥부는 착하다.  누구는 좋고 누구는 나쁘다.' 늘 이분법으로 동화책의 인물들을 나누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고, 교사가 되고, 이후 문인이 되어 여러 단체들을 보았다. 학교 관리자와 문인들의 단체장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아주 가끔 있었다. 그럴 때 그 주변에는 눈을 멀게 하는 간신 스타일의 인물들이 꼭 있었던 것 같다. 벌거숭이 임금님의 눈을 멀게 한 사람은 비단 사기꾼들만이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아주 비겁한 몇몇 사람들의 어리석음이 있어, 그 영향력 아래의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아플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란 거의 모두 사탕발림의 칭찬을 좋아하는 본능이 있지 않은가!


몰라서 주변을 힘들게 하지 않도록, 의식이 깨어나도록 나를 자꾸 두드려야 한다.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할 것을 보려고 애써야 한다. 그것이 진정 자기를 가치롭게 만드는 자기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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