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다. '오베라는 남자'의 그 오베가 나를 자꾸 울렸다. 오베는 할아버지다. 그것도 마음씨가 아주 고약한 할아버지다. 오베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오베를 싫어했다. 말 한마디도 되도록이면 퉁명스럽게, 행동 하나도 상대방에게 최대의 모멸감을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오베는 세상이 싫었다. 사람들이 싫었다. 6개월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쏘냐가 그의 유일한 사랑이다. 그녀의 묘지 앞에 가서 오베는 늘 말한다. 금방 당신에게 갈 테니 기다리라고. 오베는 그래서 꾸준히 자살 시도를 한다. 목매달기, 달려오는 기차선로에 서 있기, 차 안에서의 질식사 시도, 죽기가 살기보다 어려웠다는 말을 아내의 묘지에서 할 만큼 늘 그의 자살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난다.
어느 날 이웃으로 이사를 온 이란인 가족의 등장으로 오베는 아주 조금씩 마음이 열린다. 그녀가 만든 음식을 받으며, 그녀의 두 딸에게 책을 읽어주며, 만삭인 그녀에게 운전을 가르쳐주며. 하지만 계속되는 오베의 폭언과 상대방을 질리게 만드는 행동에 이란 여자는,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오베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자기의 인생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한다.
어릴 때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충격, 무뚝뚝하지만 속정 많았던 아버지가 기차에 치여 죽는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한 이야기, 아내 쏘냐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아내와의 행복했던 결혼 생활과 태어날 아기의 태동을 느끼며 행복해하던 순간에 대하여, 하지만 끝내 만삭의 아내가 버스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고 기다리던 아기를 멀리 떠나보내야 했던 아픈 이야기까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사랑하고 살아왔던 삶에 대하여도.
오베는 마음이 점점 열렸고, 옆집 이란 여자는 진심으로 오베를 사랑하는, 딸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란인 가족은 물론 동네 이웃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어려움에 처한 친구 부부를 위해 헌신적인 해결사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던 오베는 하얗게 눈이 내리던 날,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만 장례식에 오게 하라는 유언장을 남기고 하늘나라 아내 곁으로 떠난다. 오베를 사랑했던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오베의 죽음을 애도했다. 오베는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있던 사람에 의해 다시 다시 따뜻한 사람이 되었고, 이 세상을 편안하게 떠날 수 있었다.
"오베,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어요"
이웃집 이란 여자가 오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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