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내 주변에는 이혼한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고, 직업이 교사인 나는 이혼한 부모의 아이들이 받는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마음 고운 언니가 이혼을 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알았다. 이혼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대방이 주는 일방적인 고통을 그냥 감수할 수만은 없었기에 언니는 과감하게 결단을 하고 남매를 열심히 키우며 살았다.
그런 언니가 자기의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내게 처음으로 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참회하며, 남매를 키우며 열심히 살았던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전했던 형부의 그 말이 언니의 마음을 녹이고 있던 것일까?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며 많은 방황을 했던 아들에 대해서도 다 내 탓이라며 울먹거렸다는 언니의 남편.
다음 달 초에 온 가족이 식사를 하기로 했단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오랜 시간 내가 해 준 것은 언니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준 것, 그리고 그저 언니의 행복을 비는 기도를 해 준 것이다. 나는 언니가 다시 합치기를 기도하지는 않았지만, 언니의 말투에서 편안함을 느꼈기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그저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