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학교는 화성시에 있는 정남초교이다. 아버지가 계신 납골묘에 다녀오는 길이면 늘 그 학교를 지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따스한 이야기 하나!
시골 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 퇴임을 하신 아버지는, 선생님들이나 기사님들께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어르신이셨다. 퇴임식 때 아버지가 관리자로 거쳐가신 학교의 기사님들이 거의 다 참석을 하실 정도였으니까.
아버지와 같이 근무하던 한 여교사에게 서너 살 정도의 어린아이가 있었다. 시댁이나 친정도 먼 데다가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보던 아주머니가 급한 일로 집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선생님은 출근 전에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교장 선생님인 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출근을 하라고 했고, 아버지가 계신 교장실은 임시 어린이집이 되었다. 그 기간이 단 며칠이었지만, 세상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아버지의 교장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교장실에서 업무를 보시면서 아이와 놀아주고, 아이 손을 잡고 교정을 산책하는 아버지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버지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아버지셨기에 돌아가셨어도 늘 내 가슴속에 살아 계시고, 내 삶의 등대가 되어 주시는 것이다. 아버지 생각에 빠지면 내 세포들은 어느새 고운 물이 든다. 기분 좋게 가슴 설레는 이 느낌이 난 너무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