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의 생일이라고 엄마가 다녀가셨다. 엄마의 축하 편지 봉투를 몇 개 더 꺼내보았다. '못난 엄마가'란 글씨를 보니 눈물이 핑 돈다.
당신은 초등학교만 졸업했어도 명문대를 졸업한 남편의 아내로 산다는 게 그렇게 자랑스럽고 좋으셨다고 하셨다. 사모님 소리를 듣는 것도 꽤 좋으셨을 것이다. 밥을 굶는 남편의 제자를 집으로 오게 해서 밥을 지어 먹이고, 그 아이의 구멍 난 양말을 꿰매주셨다는 우리 엄마!
엄마의 손글씨를 보며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독서량이 많고 글을 잘 쓰셨던 아버지보다 엄마를 닮아 내가 글쟁이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외모도 성격도 아버지를 닮았다고 늘 말해왔다. 하지만, 늘 시댁 조카들을 자식처럼 키워낸 우리 엄마(자랄 때 우리 집에는 늘 사촌 오빠들이 한 둘 있었다)를 보고 자랐기에 내가 시댁 식구들을 편하게 대하는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 구석구석, 난 엄마 흉내를 내며 살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