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화창한 날이 있고, 흐린 날이 있고, 비 오고 눈 오는 날이 있다. 종종 사람들은 사람의 마음을 날씨와 비교한다. 그러다가 흐림도 아닌 비까지 오는 날, 그럴 때 우리는 나만으로도 모자라 내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쉽게 흐림으로 만들어버리곤 한다.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그 주범은 아마 자신의 스트레스와 피곤함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가끔 살핀다. 지나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 피곤한 상태는 아닌지. 그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이 행복해지기 위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한다.
몇 년 전, 한 중학생이 불을 질러 온 가족이 죽음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소름 끼치게 무서운 일이다. 판검사의 길을 가기를 원하는 아버지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싶었던 아들! 그 사이에 있었을 엄청난 갈등, 그리고 아빠의 심한 구타! 아들의 가슴에 싹트기 시작한 분노, 그 분노는 급기야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이 세상에 자기를 있게 한 아버지가 아닌, 자기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존재라는 생각에만 빠져 그 남학생은 그만 일을 저질렀다. 그 무서운 불길은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활활 태우고 말았다. 그 사건을 접하고 아주 오랜 전에 있었던 살인 사건이 생각났다.
늘 최고의 성적을 유지하다가 최고의 대학에 들어간 형과 비교당하며, 한 번도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동생 이야기. 그는 늘 부모에 대한 증오심이 가슴 가득했고, 부모를 살인하기까지 했다. 이 사건 말고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그동안 계속 이어져 왔다. 몇 년 전,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학교 전체에서 2등을 했다는 여학생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이 있었다. 그 여학생의 엄마가 아이 성적에 대한 집착이 많았다고 하는데, 성적이 조금만 떨어지면 집요하게 아이를 괴롭혔고 심하면 밥을 차려주지 않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단다.
"엄마, 엄마를 더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해 미안해요."
성적 때문에 진로 때문에, 또는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 아이들이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 가족을 죽이기도 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가! 같이 웃고 서로에게 힘을 주어야 할 가족이 이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깨어지고 있다. 우리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누구나 부모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모 자격증'을 받지 않은 채, 그냥 부모가 된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우리들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책을 읽으며, 주변에 조언을 청하며 그래도 좋은 부모가 되겠다고 애를 쓰며 살아간다.
엄마인 내가 자주 살피는 일이 있다. 그것은 '우리 가족이 지금 웃고 있는가?'이다. 내가 몸이 안 좋아 병 휴직을 하고 이어 퇴직을 하게 된 그 힘든 시기에 큰 딸은 한참 공부를 해야 하는 고등학생이었다. 난 내 몸 하나 챙기기가 힘들어 아이에게 좋은 엄마 노릇을 해 주지 못했다. 그래서 늘 미안했다. 그런데 아이는 나에게 '괜찮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건 학교에 다녀와서 11시가 넘은 시간에 머리를 감으며 부르는 노랫소리였다. 아이는 매일 밤 흥얼거리며 머리를 감았다. 그 소리가 내게는 '엄마, 괜찮아요. 나 이렇게 잘하고 있어요'라는 소리로 들려왔다.
우리는 충분한 자격은 없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리인 '부모'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어차피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고 우리가 끝까지 가야 할 길이다. 그리고 우리가 되도록 잘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