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을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에 가슴이 저려 계속 눈물을 흘렸다. 배우 이병헌이 무겁게 뱉어내는 말들을 들으며,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떠올라 가슴에 물이 고이는 것 같았다. 나의 시어머님은 가족을 위해 못할 일이 없는 분이셨다. 얼굴이 눈에 띄게 예쁘셔서 많은 유혹도 있었으리라. 장애인 남편과 꼬물꼬물 밥 달라는 삼 남매를 먹여 살리는 게 너무나도 힘들어, 동네 물가를 서성인 적도 있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도망가지 않으셨다. 죽지도 않으셨다. 그리고 끝까지 가족을 책임지셨다. 떡볶이와 핫도그를 만들어 팔며, 길거리에 앉아 콩과 야채를 팔며, 가끔은 성질 건드리는 사람들과 막말로 싸워가며 그렇게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셨으리라.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어린 삼 남매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방문을 잠그고 일을 하러 나가시면서 어머니는 피눈물을 흘리고 또 흘리셨으리라. 그런 어머님의 인생을 알기에, 나는 어머니께 받은 고통이 컸음에도 참아내고 또 참아내었는지 모르겠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 '엄마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꽤 힘들었겠구나'라는 여주인공의 독백이었다. 나는 그 순간, 시어머님을 떠올리며 몹시 마음 아파했었다.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참으로 거룩한 일이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 어머니는 거룩하고 위대한 분이다. 하늘은 세상에 와서 열심히 살았다는 의미로 어머니께 마지막 선물을 주셨다. 임종할 때 모든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사랑한다는 말을 수백 번 들으며 떠나실 수 있도록, 천사처럼 곱고 맑은 얼굴로 이 세상을 떠나실 수 있도록 말이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나는 가족을 먹이는 데에 더욱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마치 신성한 어떤 의식을 치르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