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학생들을 미워할 자격이 없다 너는 교사니까 학급 전체 아이들을 모두 사랑해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포기하면 안 된다."
아버지는 발령받은 내게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말씀은 늘 그렇듯이 내 안에 강하게 흡수되었다. 첫아이들을 만났다.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 내 사랑의 크기를 갑자기 확장시켜준 아이들! 그런데 나를 매일 힘들게 하는 아이는 늘 한 두 명이었다. 아버지 말씀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난 금방 알아버렸다. 하지만 난 의도적으로 그 전날 나를 괴롭힌 아이에게 더 관심을 갖고 친절하게 대했다. 그러니까 내가 가르친 아이들 중에는 쉬운 말로 '선생님에게 찍혀서 미움받은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어떤 잘못을 했어도 난 그다음 날까지 그 아이를 미워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내 습관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이 되었다. 내 앞에서 내가 싫어하는 거짓말을 술술 잘하는 사람, 말을 보태어 내 마음에 상처되는 말을 되돌아 듣게 만드는 사람, 늘 남의 험담을 일삼는 사람... 그들이 옳지 않았는데도, 난 그들을 빨리 용서하고 빨리 화해하고 다시 인연을 이어가는 식으로 삶을 살아왔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 수 있는, 또는 알 수 없는 그들의 상처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으로 그냥 덮고 또 덮었다. 그런 내 삶의 방식이 나를 많이 피로하게 했고, 자주 아프게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난 '탁기'에 예민하여 부정적인 기운이 흐르는 사람을 만나고 오면, 심하게 탈진이 되거나 두통이 오거나 몸살이 잘 났었으니까.
몇 년 전에 심했던 몇 사람에게 내 힘든 마음을 털어놓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용기 내어 말했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그들은 당황했고, 자기의 거짓된 행동으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개월이 흘렀다 내 안에 굉장히 큰 평화가 찾아왔다. 그 자유로움과 평화로움이 좋은 기운을 끌어당겼는지, 생각지도 못한 '관세청 상징석 문구 작업'을 맡았고, mbc 라디오 방송에, TV 방송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 엄청난 흐름을 보며 마음속에 조그맣게 자리하던 마음의 불편함이 사라졌다. 내가 지금 잘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랄까? 마음이 착하지 않은 비뚤어진 사람에게 줄 사랑은 과감히 거두고, 좋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좀 더 밝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리가 되었다. 참으로 늦게 깨달은 귀한 진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