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도 책임감 있게 하려던 것뿐이었는데,

그저 호구 소리만 들었습니다..

by 오늘의간호사






"책임감 없다고 너희 부모님은 자기 딸이 사직하려고 하시는 거 알기는 하시냐고 불효녀 소리만 계속하시더라.

그런 불효녀 대신해 줄 인력 없다고-."



"...... 부, 불효자요?"

반응하기 어려웠다. 무슨 마음으로 이 말을 내게 전달해주신 건지 몰라서,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 걸까.


"어-." 네가 듣는 그 내용이 사실이라는 반응. 부서장님의 단호하고도 짧은 그 대답에 잠시 내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정신을 놓지 않았다. 그냥 '허허-.' 웃고 작게 읊조린다.




"부모님은 관두라고 하시는 걸요-." 하고 뒤를 돈다. 이미 엄청난 스크래치를 내게 주었지만, 정신 차려.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지금 상처받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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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의 선생님들은 내게 사직이 부럽다고 말하셨다. '이유 있는 사직'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겠다고 하는 나보고 부럽다고 말하셨다.



"근데, 너 호구냐. 너 관두고 다른 사람 독립하는 거 보고 나가겠다는 건 또 뭐래."

"그, 그런 거예요..? 3개월보다 빠르지 않을까요..? 저희 사번도 한 달만에 독립했는데.."






"에휴, 바보야. 애초에 널 대신해줄 인력을 넣어 줄 리가 없잖아."



아, 아차···. 생각 못했다.

난 책임감이 넘쳐흘렀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선생님은 내게,

"선생님, 그냥 관두기 싫었던 거죠?" 하며 '푸훕-'하며 웃었다.


나는 억울함에 동공이 지진했다.








이후로 몇 달간은 부서장님께 사직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명확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그리고 사직 면담 이후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져 업무 능력이 향상했던 나는 어쩌다 보니- 일에 적응해버렸다.



어떤 선생님은, 특히나 유독 나를 별로 안 좋아하시던 선생님은 내 작은 실수에도

"야. 네가 마음이 뜬 건 알겠는데, 일은 똑바로 하고 떠나야 될 거 아냐."라고 했다.

사실 사직 면담을 하기 전엔 더한 실수도 잦았고 그 실수에 따르는 혼남은 버겁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실 너무나도 작은 실수라고 느껴졌다.



한 마디로 낮아진 역치.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정도의 역치가 낮아져서, 사소한 것들도 너무 거슬리게 되는.



뭔가 그랬다.

선생님 입장에선 그렇게 느껴지겠지. 라며, 내 마음을 단단히 다져보려 했다.


쟤가 관두는 마당에 크게 뭐라고 하기도 에너지 낭비인데- 아는데, 그렇다고 하나 안되어 있는 게 괜히 관두려 한다고 일을 막하는 것 같아서 괘씸하게 느껴져서 한 마디 정돈해야겠는.




'그런 게 아닌데···. 나는 오히려 더 좋은 모습으로 떠날 수 있겠단 자신감이 들 정도인데···.'

나는 선생님의 이해가 되다가도 괜스레 억울하기도 해서 고개를 푹 숙여 남몰래 가슴 한편을 토닥인다.



어찌 되었든 간에, 시간이 지날수록 부서장님은

나라는 사람의 사직에 대한 기다림, 마음을 외면하시고 피하려 하시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마음이 떴다.'는 이야기 역시 점점 사그라드는 것을 느낀다.



결국 난,

마음에 사직서를 품고 있는 상태로 마음 졸여가면서도 오히려 일에 적응해버린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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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전엔 '일단, 일단은 6개월은 무조건 버티자.'였다.

그리고 3개월까지는 '어-? 생각보다 괜찮아서 어쩌면 오래 다닐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개월에서 6개월 사이, 이곳에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던 나는 결국 나를 위한 길을 걷기로 결심했지만

결국, 묵살당했다.


6개월에서 사직전까지 나의 첫 직장은

'여차하면 관둘 곳', 하루하루가 시한부 같았다.

때로는 조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며 쥐어짠 것은 '내가 커가기 위해 거쳐가는 첫 시발점'. 딱 그 정도.



그렇게 나는 호구 짓을 한 대가로,

안정적인 직장을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곳',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책임감을 다해 일하며 마음 다지기를 하고 간호사로서는 커가고 있다고.

우울함과 단단해짐을 키워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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