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의 집

휴가 중,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의 평온

by 오륜록




휴가는 반드시 어디론가 떠나야 할까?


우리는 ‘휴가’라고 하면 자연스레 어디론가 떠나는 장면을 떠올린다.
비행기, 바다, 산, 호텔, 낯선 도시.
그래야만 쉼을 제대로 누린 것 같고,
그런 장면이 있어야 인스타에 한 장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진짜 휴식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떠나지 않아도 되는 날’의 평온,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머무는 오후 3시의 집에서
그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의 감정


휴가 중 오후 3시.
오늘은 아무 약속도 없고, 아무 계획도 없다.

내가 지금 소파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든,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 잠이 들든,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이 시간은 허락된 무기력함의 시간이다.


평소라면 불안해졌을 느릿함이 오히려 위로가 되고


늘 미뤘던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하고


아주 작고 소소한 기쁨에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의 기반에는
‘내 집’이라는 공간의 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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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을 위한 공간의 조건


멍 때리기 좋은 창밖 풍경

소파나 의자가 창을 마주보도록 배치되어 있다면

어느 순간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생긴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고양이의 하품,

느린 그림자들이 그려내는 무대


읽다 말다 다시 꺼내는 책 한 권

침대 머리맡이나 소파 옆 협탁에 있는 책은

계획 없는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읽기보다 ‘책과 함께 있는 순간’이 더 중요한 시간


낮잠이 어울리는 침구와 채광

햇살이 방 안에 은은히 머무는 오후

얇고 가벼운 침구는 마음까지도 덜어낸다

일정 없는 하루의 특권, 눈을 감고 시간을 느끼는 여유


나만의 홈카페 코너

커피를 내리는 작은 루틴

주방 한 켠의 홈카페 존은 ‘나를 위한 섬세한 배려’

잔 하나, 향 하나가 감정의 밀도를 높인다





집에서 보내는 휴가가 주는 감정


집에서 보내는 휴가는 ‘비일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나답고 일상적인 회복의 순간이다.

익숙한 침대에서 누리는 낮잠


내 손에 익은 잔으로 마시는 커피


누구의 간섭도 없는, 조용한 시간


이러한 감정은
호텔이나 리조트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안정감과 회복의 감정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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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휴식은, 결국 안으로 향한다


“진짜 휴식은 여행보다 가까운 곳, 내 집 안에서 시작된다.”


이 문장은 단순한 말이 아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감정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가능한 문장이다.


어질러진 공간에서는 온전한 쉼을 느끼기 어렵고


지나치게 기능적인 공간은 감정이 머무를 틈이 없다


감정의 흐름을 따라 설계된 공간에서만

휴식은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






오늘 오후 3시, 당신은 어디에서 쉬고 있나?


소파에 누워 창밖을 보다 잠이 들었나?

혼자 마시는 커피 한 잔에 마음이 풀렸나?

책을 읽다 문득 떠오른 오래된 기억에 젖었나?


그 모든 순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참 좋았다’는 감정으로 남는다면
당신의 집은 이미
가장 근사한 리조트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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