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의 집

주부의 하루는 집이라는 우주에서 움직인다

by 오륜록




낮 1시, 누군가의 점심시간이지만 누군가의 ‘2교시’가 시작되는 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심식사를 하거나, 잠깐의 휴식을 가지는 오후 1시.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하루의 리듬이 다시 한 번 크게 뛰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들은 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움직인다.

조용한 주방에서 다음 끼니를 위한 식자재를 꺼내고,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를 정리하며,
아이 방의 장난감을 다시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다.


“주부의 하루는, 멈추지 않는 집의 심장처럼 움직인다.”


보이지 않게, 묵묵하게,
공간 전체를 움직이는 손과 감정이 이 시간에 살아난다.







이 집의 질서를 만들고 지키는 사람


주부는 단순한 ‘일상 관리자’가 아니다.

그들은 공간의 기획자이자 정서의 조율자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냉장고를 여닫고,


내일 아이가 입을 옷을 생각하며 빨래를 개고,


가족 모두가 쉴 수 있는 저녁을 위해 지금의 공간을 준비한다.


그 손길 하나하나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다.
가족 전체의 리듬을 유지하는 정교한 조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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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는 단순한 ‘일상 관리자’가 아니다. 그들은 공간의 기획자이자 정서의 조율자이다.







반복되는 동선 속에 감정은 놓이기 쉽다


주방, 세탁실, 냉장고 앞, 아이방, 다시 거실.
하루에도 수십 번 오가는 동선 속에서
주부는 끊임없이 ‘일’과 ‘쉼’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러나 이 반복은 종종
‘투명한 일’이 되고,
‘감정 없는 동작’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가장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이의 마음이
가장 쉽게 잊히기도 한다.







공간은 감정을 기억해야 한다


공간은 단순히 일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수고, 피로, 배려가 흐른다.


하루 중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은 기능뿐 아니라

감정을 지지하는 구조여야 한다



주방

단지 요리를 넘어서 감정이 섞이는 곳

매번 다른 재료를 꺼내고 조합하는 행위는 창조다



세탁실

보이지 않는 일의 집결지

습하고 작아도 효율적으로 동선을 짤 수 있는 공간

수납과 정리가 편리하면, 반복되는 일이 가벼워진다


아이방

내 손을 가장 자주 거쳐 가는 곳

자주 어질러지고 자주 정리되지만,

그 안에 아이의 시간과 주부의 감정이 공존한다


나만의 틈

가장 작지만 가장 소중한 구역

창가에 작은 의자 하나

커피머신 옆의 나만의 컵

화장대 앞 조명 아래 몇 분간의 정지된 시간


이 모든 공간들이,
그 손을 기억하고,

그 마음을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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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은 기능뿐 아니라 감정을 지지하는 구조여야 한다







보이지 않는 기획자, 감정을 설계하는 사람


가족 모두의 하루를 연결하는 리듬을 만드는 사람,
그 하루의 기후를 조절하는 사람,
그리고 집이라는 유기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

그 중심에는 주부가 있다.


그들의 움직임은 단지 ‘일’이 아니라
사랑을 조직하고 조율하는 감정의 시스템이다.


그리고 우리는 공간을 설계할 때,
이 감정을 배제한 채로는
결코 완성도 있는 집을 만들 수 없다.








오늘 오후 1시, 당신의 집은 누구의 손에 의해 움직였나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아이방 문을 여닫는 소리,
조용히 다려진 옷,
나중을 위해 다듬어진 야채.

모두 소리 없는 마음의 기록이다.


그 마음이 존중받고,
그 수고가 드러나고,
그 시간을 위한 공간이 ‘제대로’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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