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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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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Sep 23. 2020

이 시국 ‘혼자 놀기'의 시간이 막막하다면?

‘출발! 비디오 여행’을 추천합니다!

잠잠해질 것 같던 코로나 19의 여파가 연장됐다. 광화문의 대규모 집회로 전국적으로 퍼진 바이러스로 인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침을 발표했다. 예정일이었던 9월 6일까지의 기간도 2주간 연장되었다.

언택트, 접촉하다는 말에서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단어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물리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한 때에 사람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혼자 놀기’의 대표주자는 단연 콘텐츠다. kB 국민카드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월 12일부터 3월 10일까지 디지털 영상의 결제액이 작년의 곱절 가까이 치솟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콘텐츠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는 데 있다. 더 이상 볼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평소 보고 싶었던 콘텐츠, 예전에 좋아했던 콘텐츠까지 다 보고 나면 문제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친구에게 추천을 받는 것도 한계가 있고, OTT에서 추천해주는 콘텐츠는 본인의 취향에 한정된다.


이렇게 더 이상 볼거리가 없어 ‘혼자 놀기’에 막막한 사람이라면, ‘출발! 비디오 여행’ 프로그램 보는 것을 추천한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 홈페이지




관전 포인트①: (유튜브 스트리밍, OTT 추천 서비스에는 없는) 최적화된 큐레이팅 서비스


유튜브, 네이버 영상 클립, OTT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 ‘출발! 비디오 여행’과 같은 영화 리뷰 프로그램이 큐레이팅 서비스를 전적으로 담당했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모를 다양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가이드라인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정보를 습득하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효율적인 정보 수집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핵심만 뽑아낸 숏폼 영상을 선호하게 되었다. 영화 리뷰 프로그램은 이런 면에서 지금의 시대에 적합하다. 최신작부터 눈여겨볼 만한 영화 콘텐츠를 선정하여 핵심 줄거리와 관전 포인트를 중심으로 짧게 요약해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감칠맛 나게 만드는 패널들의 내레이션과 중간에 넣는 재치와 개그는 유튜브 스트리밍, OTT 추천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요소다.

2020.8.2. 1343회


관전 포인트②: 영화에만 집중한, 다채로운 코너 구성


영화 리뷰 프로그램은 MBC의 ‘출발! 비디오 여행’ 외에도 KBS의 ‘영화가 좋다’, SBS의 ‘접속! 무비월드’가 있다. 그러나 ‘출발! 비디오 여행’은 코너들이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영화가 좋다’는 영화 제작의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알기 힘든 특수분장, 액션신의 비밀 등을 파헤쳐 보고, ‘접속! 무비월드’는 영화 속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고, 작품 속 비하인드를 알아보는 코너가 있다. 영화를 깊이 있게 알아보고, 영화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시청자라면 관심이 가겠지만, 대부분의 시청자의 경우 ‘어떤 영화를 볼지’가 핵심적인 질문이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코너는 영화 소개에 집중하고, 시청자의 니즈에 부합한다.


영화 소개가 주로 이루어지지만, 코너들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코너들 간의 개성도 뚜렷하다. 소재, 형식적으로 기묘한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는 ‘기막힌 이야기’, 신작 영화 중 엄선해 소개하는 ‘ON영화’, 최신작을 찍은 영화인이 나와 작품을 홍보하고, 자신이 보는 최애 영화를 소개하는 ‘숨보명(숨어보는 명작)’,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드는 ‘이유있다’, 하나의 주제로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는 ‘김경식의 영화 대 영화’ 그리고 최근 등장한 코너인 배우들의 명연기를 주제별로 뽑아서 보여주는 ‘열연전.ZIP’의 다양성은 프로그램의 흥미도를 높인다.


특히 ‘숨보명’ 코너는 대개의 리뷰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배우 인터뷰와 차별화된다. 배우와의 인터뷰는 보통 최신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숨보명’에서는 배우의 최신작 홍보는 비교적 짧다. 대신 배우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배우가 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들으면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배우의 내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좋아하는 배우에게서 영화를 추천받을 수 있다.

2020.8.2. 1343회

 

관전 포인트③: 젊은 세대 취향을 저격하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시도


2020.8.2. 1343회

‘출발! 비디오 여행’은 1993년에 시작하여 27년간 사랑을 받아왔다. 누군가에겐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도 사랑받기 위해 ‘출발! 비디오 여행’은 새로운 도약 중이다. ‘열연전.ZIP’는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코너다. 배우들의 명연기만 모아 놓은 코너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SNS 상에서 다양하게 공유할 수 있고,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밈(meme) 문화 또는 짤방 문화와도 잘 맞는다. ‘출발! 비디오 여행’은 최근 5주 중 주간 2049 시청률 top 10에서 최고 순위 5위를 기록했다(9.2일 기준).

2020.8.2. 1343회


*밈(meme):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mimeme와 영어로 유전자를 뜻하는 gene의 합성어로 자기 스스로를 복제해 세대를 이어가는 DNA에 빗대 영국의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만든 용어. SNS 등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패러디물을 인터넷 밈이라고 함.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때이다. 예상보다 길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는 카페에 가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또 연장된 격리의 시간은 처음보다는 지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편이 나은 법이다. 지금의 고독을 즐기기 위해, 온전한 ‘혼자 놀기’ 시간에 집중해보기 위해 놀거리, 볼거리를 직접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혼자 놀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오늘도 OTT 서비스를 들락날락하며 무엇을 볼까 고민하고, 인터넷에 '드라마 정주행 추천', '영화 추천' 등을 검색하기 바쁘다면? 당신에게 '출발! 비디오 여행'을 추천한다. 길어진 ‘혼자 놀기’의 시간, ‘출발! 비디오 여행’의 다양한 관전 포인트를 통해 새로운 킬링타임용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도 모르게 감칠맛 나는 영화 리뷰에 신작 영화에 매료될 수도, 최애 배우가 추천해 주는 영화를 재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 이제 출발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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