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에 대한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전 세계로 통용되는 OTT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흥행했고, BTS는 2주 연속으로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해 한국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예능 시장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은 포맷이 수출되고, 최근에는 해외의 제작사와 한국 방송국이 합작하여 프로그램을 공동기획, 제작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K-예능 포맷 수출의 강자인 MBC 예능의 성공 공식은 무엇일까? 글로벌 콘텐츠의 시대에 경쟁력 있는 예능이란 무엇일까? (테스형이 알려줄지도…)
(1) 쉽게 레퍼런스 가능한 포맷 문법
포맷 문법은 간단해야 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적용해도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 각 문화 별 차이는 있겠지만, 변수는 정해진 포맷의 문법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MBC, 복면가왕 277회
일례로 ‘복면가왕’의 포맷 문법을 보자. 프로그램의 핵심 포맷은 나이, 신분, 직종을 모두 가리고 복면을 쓴 스타들이 오직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가려 서바이벌을 거치는 것이다. 프로그램 속 필요한 세부 요소는 간단하다. 복면과 복면을 쓴 스타들과 복면가왕의 정체를 추리하고, 실력을 판정할 연예인 패널들 그리고 서바이벌을 긴장감 있게 끌어갈 MC다.
다음의 요소들이 정해지면, 프로그램의 형식은 반복된다. 매회 복면가왕을 소개하고, 복면가왕끼리 노래 대결이 펼쳐진다. 무대가 끝나면, 패널들은 복면의 정체를 추리하고, 실력으로 진출할 가왕을 선택한다. 이때 탈락한 가왕은 복면을 벗고 정체를 공개한다.
변주의 지점은 복면의 디자인과 복면을 쓴 스타들의 이야기 그리고 연예인 패널들이 추리하면서 이루어지는 예능적 요소다. 하지만 이러한 변주는 포맷의 매력을 넘어서지 못한다. 포맷의 재미를 가미할 뿐이다.
(2) 흥미롭고 신선한 포맷
콘텐츠의 국지화가 무의미한 시대다. SNS, 유튜브로 소통하게 되는 시대에 글로벌 OTT 서비스는 좋은 콘텐츠라면, 어떤 콘텐츠라도 찾아서 보게 만드는 흐름을 가속화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설특집 2회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혁신적인 포맷이라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TBS로 수출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인터넷 개인 방송과 TV 예능이 결합된 신선한 포맷으로 이미 한국에서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재미를 주었다. 또한 이미 인터넷 방송을 소비하고 있는 시청자에게 TV 예능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는 것은 (그들에게) 익숙하지만,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2회
한국에서도 인정받았던 신선한 포맷이었기에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포맷 수출은 놀랍지만은 않다. 특히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포맷은 코로나 19의 시기에 돋보였다. 참여하는 연예인이 독립된 방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개발하기 때문에 연예인별로 최소한의 스텝을 배치하고, 카메라도 원격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형식상의 특장점이 있었다.
(3) 보편적 공감을 얻는 소재
MBC, 복면가왕 277회
신선한 포맷만큼 중요한 건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공감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음악이 주는 정서적 만족감 외에도 ‘복면가왕’은 사람들이 추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재미, ‘복면’을 통해 편견 없이 오직 목소리로만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은 스타들의 진정성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한국 외에 해외에서도 공감을 얻었다.
앞으로 콘텐츠 시장에서 보편적 공감을 얻는 소재를 찾는 일은 더욱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의 주요한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Z세대가 이전 세대와는 다른 지구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온라인을 통해 검색, 소통하면서 국가, 인종과 상관없이 모두의 이슈에 관심을 가진다. 관심이 있는 콘텐츠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차별적인 것,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 공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밝힌다. 글로벌 BTS 현상, 영화 ‘뮬란’의 보이콧 운동을 콘텐츠 시장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다.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TV 매체 외에도 팟캐스트, 유튜브, SNS, OTT 등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장이 많아졌다.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자연스레 높아졌고, 콘텐츠의 질에 대한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내수 시장에서의 방송사 광고 수익만으로는 콘텐츠 제작 규모를 키우기 쉽지 않다.
이러한 방송사 안팎의 상황에서 K-포맷 수출은 기회로 보인다. 특히 BTS를 통해 알려진 케이팝의 위상과 K-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기에 좋은 시작이기도 하다. 나아가 미래의 주시청자인 글로벌한 Z세대를 대상으로 공감을 얻을 만한 예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변화다.
글로벌 콘텐츠의 시대에 경쟁력 있는 예능은 따로 있지 않다. 그동안의 한국 예능 콘텐츠의 역량을 가져가면서 레퍼런스가 가능한 형태의 포맷 문법인지, 그리고 인종, 국가를 넘어서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인지를 유념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복면가왕’에 이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해외 포맷 수출은 또 다른 기대를 심어준 것이 아닐까. MBC 예능의 성공 공식에 따라 제2의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