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 『우리에 관하여』

장애가 있는 작가들의 에세이집

by 발견씨


저는 시각장애인 음악감독님 밑에서

1년 넘게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 덕분인지 도서관에서

장애인 관련 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마음을 끌었던 책,

"우리에 관하여"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과

독서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하여 말하지 말라

Nothing About Us Without Us




%EC%9A%B0%EB%A6%AC%EC%97%90_%EA%B4%80%ED%95%98%EC%97%AC.jpg?type=w773


< 책 소개 >


『우리에 관하여』는

『뉴욕 타임스』의 기명 논평 시리즈

'장애'에 실린 60여 편의 글을 모은 에세이집으로,

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공유하며,

장애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재고하게 하고,

장애인의 삶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 인상적인 내용 >


- 1 -

SE-921BB9B7-4180-44E2-B6E0-72D01E34AD4F.jpg?type=w773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하며 튄다



한국 정서와 과민한 성향,

그리고 제 과거의 경험 덕분에

이 글귀가 어떤 감각을 의미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비장애인인 저는 스스로 조절하며

"튀지 않도록" 신경 쓸 수 있지만

장애는 그런 조절의 영역이 아니기에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장애인 분들이 일상에서 느낄 불편함이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 2 -

SE-3421AB3D-F5DC-476D-996D-BA3C5175F25A.jpg?type=w773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될 이유는

없다는 것을 설명하려 애썼지만,

그 일은 나를 지치게 할 뿐이다.



'나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이 챕터의 제목입니다.

사실 저는 제목부터 마음이 뜨끔했습니다.


이 책을 독서모임에 들고 간 것도,

과거에 시각장애인 학교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장애인 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발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 3 -

SE-289C93D5-8E11-4789-95ED-EA208ACB447A.jpg?type=w773



그러나 나를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은

나의 내면의 눈 안에 들어와 존재했다.

그들이 나를 응시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거의 상관없는 부분이었다.



독서모임에서 나눈 글귀입니다.

그때 함께 나눴던 이야기를 정리해 전합니다.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습니다.

그 아픔은 항상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취약해졌을 때 수면 위로 올라와

힘든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작은 요소일 뿐입니다.


"내면의 눈 안에 들어왔다"는 표현을 통해,

저는 인간의 이러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취약해진 나'를 괴롭힐 요소가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그런 요소들이 생길 일은 또 얼마나 많을까.


저의 작은 머리로

그분들의 삶을 작게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책,

"우리에 관하여"

강력 추천합니다!





< 독서모임 질문: 실패한 배려 >


시각장애인 선생님과 일할 때,

저는 실패한 배려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선생님의 물건을 말없이

"더 좋은 위치"로 옮겨주거나,

수저 아래에 티슈를 깔아주는 행동 등


비장애인들의 일상적인 배려가

시각장애인에게는 배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이 떠올라

저는 독서모임에서 참여자분들에게

실패한 배려의 경험을 물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친언니가 엄마에게 야단맞을 때

제가 쳐다보면 언니가 창피할까 봐

구석에서 공기놀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 공기 솜씨가 요란했는지

엄마 눈에 띄어 저까지 혼났었는데요,

사실 모임에서는

구체적인 일화가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한 배려가

실패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장애인 분들과의 일상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 강할 것입니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는

저희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르면 물어보자!"




오늘의 이야기가

작은 인사이트가 되었길 바라며,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