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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y 14. 2024

출산을 하다.

영국에서의 출산 스토리! 

어느덧 5주 차에 접어든 출산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예정일 다음 날 새벽에 양수가 터졌다. 자다가 느낌이 이상해 남편을 깨우고 병원에 전화를 한 후 새벽 3시에 병원에 도착했다. 양수 터진 걸 확인하고 미드와이프가 지금 입원에 유도를 시작해도 되고, 24시간 안에 입원을 해서 유도를 진행해도 된다고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고, 아직 진통이 없었던 나는 24시간 후에 다시 병원으로 오겠다고 했다. 다음 날 오후 8시 입원하는 거로 얘기를 마치고 집에 와서 아주 조금씩 천천히 진통이 오는 게 느껴졌다.  

아기 심장과 나의 진통 체크 중

집에서 마지막 정리를 하고 진통의 정도를 계속 체크하고, 밥도 챙겨 먹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괜스레 걱정이 되어 6시 정도에 짐 싼 것들을 챙겨서 병원에 갔다. 아무래도 양수는 터졌고 진통은 좀 천천히 오는 것 같아 걱정이 되니 봐달라고 했다. 조금 일찍 가서 아직 침대가 준비가 안되어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금방 준비가 되어 침대로 가서 가져온 짐을 풀고 살짝 멍 - 을 때리고 있었다.  


유도를 하기를 기다리기를 2-3시간 드디어 미드와이프가 와서 의사의 마지막 확인을 받고 유도를 진행할 수 있으니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결국 생각했던 시간에 비해 늦었지만 12시가 되어 유도를 했고 진통을 촉진시키는 건 아니고 오전 6시까지 천천히 진행이 될 테니 지켜보자고 하고 미드와이프는 자리를 떴다.  


근데! 정말 말도 안 되게 2분 뒤 나는 진통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진통은 멈추지 않았다. 업 앤 다운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진통은 전혀 멈추거나 줄어들지 않는 상태로 30-40분이 진행이 되면서 나는 급 지치기 시작했다. 이런 통증은 처음이었다... 남편에게 미드와이프에게 이 고통을 6시까지 나는 할 수 없으니 제왕절개를 하겠다고 어서 가서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온 미드와이프는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이 있으니, (정말 영국 스러운 순서 지키기...) 제왕절개를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 진통제를 놓아주겠다 하고 떠났다. 근데 나의 진통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점점 더 강해졌다 다행인 건 업 앤 다운이 있었다는 거였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 진통과 그 강도가 너무 심해 점점 더 지켜가고 있었던 나는 남편에서 다시 부탁했다. 미드와이프에게 가서 진통이 너무 심하니 와서 봐달라고, 이후 가스를 들고 온 남편과 이번에는 진통제 약을 먹고 다시 기다리기 모드에 들어갔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는 시간 동안을 진통과 함께 보내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가 왔다.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을 정도의 고통에 나만 지켜보고 있던 남편은 다시 도움을 요청하려 갔고 간호사와 함께 돌아온 남편은 'Don't Move and pack all your stuff'라는 간호사의 다급함과 함께 Emregency 벨을 눌렀다. 그 순간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5-6 명의 의사와 간호사/ 미드와이프가 와서 Labour room으로 갈 준비를 했다.  그들의 시나리오라면 휠체어로 움직일 테지만 나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침대 전체를 옮겨서 달려갔다. 이 모든 순간이 부분적으로 기억에 남지만, 일단은 다른 침대로 옮겨지고 그때부터는 'Push'였다.  


언니랑 남편이 옆에서 나의 손을 잡고, 2명의 의사와 5명의 간호사와 미드와이프가 들어와서 난리도 아닌 것 같았지만, 나는 그저 진통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무통 주사를 맞아야 할 타이밍도 놓쳐 결국에는 가스에 의존해 출산을 했다. 진통이 올 때마다 소리 없이 'push' 하라는 주변의 소리침에 몇 분 안 되어서 나는 출산을 했다. 이후에 들은 얘기는 아기가 나오기 직전에 뱃속에서 한 바퀴 돌고 다시 한 바퀴 알아서 돌아서 나오다 탯줄을 목에 감고 나와서 아주 급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남편은 너무 걱정했던 터라 아기가 나오고 울음소리를 듣고 본인도 엉엉 울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기는 나오고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떨어져 있지 않았던 나의 아기는 조금은 어설픈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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