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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Dec 14. 2021

토요 이야기

토요와 함께 한지 +568


안녕하세요, 저는 '토요'입니다. 

토요는 라브라도 리트리버다. '토요'라는 이름은 필리핀어로 '간장'이라는 뜻이다. 곧 2살이 되는 토요는 먹는 거라면 그 무엇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식성이 좋아 지금은 32kg의 큰 강아지이지만 넘치는 애교만큼은 아직 어린 강아지다. 


토요는 코로나가 막 시작할 무렵 어렵게 집으로 데리고 온 친구이다. 런던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왕복 8시간, 웨일스에서 토요를 처음 만났다. 5마리 형제들 중 첫째인 토요는 생각보다 의젓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영국에서는 강아지가 태어나고 8주에서 10주를 기다린 후에 (강아지가 어미 강아지와 충분한 시간을 보낸 후)  분양을 받을 수 있다. 강아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사이트에서 블랙 라브라도를 찾고 찾고 찾던 나와 남편은 정말 간발의 차로 토요를 분양받는 데 성공했다. 분양해주는 주인분의 많은 배려로 우리는 토요를 만나기 전 매주 커가는 모습을 영상 및 사진으로 받아 볼 수 있었으며, 먹고 있는 사료 등에 대한 정보도 꼼꼼히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잘못된 정보로 분양을 하는 등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있어 나와 남편도 몇 번이나 재차 확인을 하고 주변 반려견 주인들에게도 물어물어 확인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가을, 겨울에는 반려견에 대한 급격한 수요로 반려견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말도 안 되는 사기 사건들도 많았었다. 


반려견을 키워 본 적 없는 나는 토요를 안는 법도 몰랐다. 이렇게 조그마한 친구를 어떻게 내가 잘 돌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서인지 나와 남편은 토요를 만나기 몇 주전부터 책,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고, 조카의 강아지를 맡아서 돌보는 등 온갖 설렘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건 사실이다 - 


현실 육아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남편과 나는 간접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토요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날 4시간을 흔들리는 차 안에서 혹시나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 우리의 채취가 묻어있는 옷가지도 챙기고 1시간마다 휴게소에서 쉬었다. 너무 다행히도 토요는 아주 편안히 잠을 자면서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체크무늬 담요는 토요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담요로 토요가 엄마의 냄새, 형제들의 냄새로 낯선 집에 와서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분양받기 전 주인집으로 보냈다. 


토요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준비물이 필요했다. 집, 목줄, 이름표, 배변패드, 펜스, 장난감, 사료, 간식 등 하나하나 구입하다 보니 정말 한 짐이었다. 반려견에게 이름표는 필수인데, 이름표에 토요의 이름보다는 주인의 이름과 번호를 적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는 반려견의 이름을 알면 쉽게 훔쳐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로나 와중에는 강아지의 중성화 여부도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말라는 얘기도 들었었다. 이러한 소문들을 접하다 보니 정말 솔직히 토요를 데리고 나가는 것이 불안했던 적도 많았다. 


토요 덕분에 인종차별도 이겨낸 것 같은 생각도 드는 지금이지만 당시에는 이 작은 친구를 어떻게 잘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설 때도 많았다. 영국에서는 오랜 시간 혼자 지냈던 만큼 누군가를 챙겨주는 것보다 내 것 하나 챙겨서 지내는데 버거웠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알아가는 과정에 내 시간, 내 구역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침범하는 것 같으면 자주 불편해했었다. 그러던 와중 토요를 키우면서 나 자신만 생각하던 나의 삶에 변화가 찾아왔다.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토요 덕분에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만큼 토요와의 시간을 조금 더 기억에 남게 기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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