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옆 가게에서 키우던 구피가 새끼를 낳았다. 그 덕에 우리 가게에도 암컷 둘, 수컷 셋을 분양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크기도 너무 작아 누가 암컷이고 누가 수컷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교감이 어려운 동물인지라 처음엔 그리 눈길이 가진 않았다.
실장님은 매일 아침 애기 손가락의 한 꼬집 정도 되는 사료를 어항에 뿌려주었다. 구피들은 물 표면에서 점점 가라앉는 사료에 달려들었다.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아가미로 후욱후욱 호흡하면 빨려들어오는 물길에 따라 사료들도 입 안에 들어갔다. 생선 중에는 이빨이 있는 애들도 있다는데 얘들은 없는 모양이다. 씹는 맛도 모르는 불쌍한 친구들인지. 아니면 괜히 씹는 맛을 알아서 입에 마구마구 집어넣는 내가 미련한 건지. 아무튼 구피는 사료를 빨아들였다.
일주일마다 한 번씩 보는 친구들이라 쑥쑥 자라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이제는 ‘여기가 눈이고 여기가 입이에요’라고 알려 주듯이 눈과 입이 또렸해졌다. 이빨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수컷 세 마리는 청색의 영롱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에 비에 암컷은 조금 밋밋한 색을 보였으나 덩치는 수컷의 두 배가 넘었다. 작은 수컷은 암컷을 부리나케 쫓아다녔고 암컷은 매번 도망 다니기 바빴다. 인간이나 물고기나 똑같다. 자연의 섭리인가 보다.
어느덧 암컷 두 마리의 배가 빵빵해졌다. 세 마리 중 두 마리는 짝짓기를 찾은 모양이다. 언뜻 물고기는 수정 방식이 다르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인간하고 같으려나? 아니면 세명 다 아빠가 된 것일까? 만약 한 명이 실패했다면 다음번엔 기회가 있을까? 그들만의 삶이 있고 그들만의 법칙이 있을 텐데 내가 너무 사람 입장에서 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씩 수동적인 교감이 시작된 것 같았다.
며칠 후 약국 단톡방에 사진이 올라왔다. 배가 빵빵해진 암컷 두 마리가 동시에 출산을 한 것이다. 한 마리씩 새끼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마다 단톡방 선생님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총 스물아홉 마리가 탄생했다. 매일 한 꼬집의 사료가 저렇게 변했다니. 나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먹은 일용한 양식이 설명하기 어려운 과정을 통해 내가 되었고 세상의 빛을 본 것이겠지? 기술이 발달하여 인간이 아주 전능한 존재가 되었을 때 식재료 몇 가지 건네주면 생명체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래서 사람들이 물고기를 키우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