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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수렴의 의미

학부모 대표조직으로서 의견수렴을 잘하려면

by 천둥
학부모회는 학부모 대표기구이며, 학부모 의견수렴기구이다.



“내 아이가 어떻게 자라기를 바라십니까?”

학부모에게 물어보면 가장 많은 대답이 인성이다. 그다음은 사회가 원하는 인재. 그럼 처음 학교에 보내면서 어떤 마음이었냐고 물어보면 학교에 잘 적응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건강한 거라고 한다. 그다음은 자기 꿈이 있기를, 꿈을 향해 도전하기를, 즐기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가 어떤 교육을 하기를 바라십니까?”

이 질문은 좀 어렵다. 당장 답하기 힘들고 고민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의 교육에 불만은 많지만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적은 없다. 그래도 지금처럼 주입식이 아니라 좀 더 자율적이기를, 좀 더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해주기를, 좀 더 미래사회에 맞게 과학적이고 진취적이기를 바란다.


“우리 학교에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위의 두 질문에 이어서 질문하느냐, 단독으로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연속해서 질문을 하면 대체로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을 담는다. 연령과 시기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단독으로 질문할 경우는 당장 교사나 수업내용이 주를 이루고 시설이나 급식 같은 교육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동안 학교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은 학부모라면 구체적인 불만보다는 아이들에게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거나, 아이 말로는 수업시간에 어떠하다더라, 같은 전해 들은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여기서 다시, 학부모회는 학부모 대표기구이며, 학부모 의견수렴기구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학부모회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동안 우리는 어떤 학부모 의견수렴을 해왔던가. 바로 세 번째 단독 질문이다. 흔히 말하는 건의사항이며 모니터링이다. 평소 가졌던 불만을 떠올리거나 문제점을 찾기도 한다.

학부모를 대표하여 의견을 수렴한다는 의미는 민원을 모아 건의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교사회가 교사들의 민원을 모으고 건의하는 수준으로 회의를 한다면 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전에는 그런 측면이 있었다. 교장 또는 교육청이 내린 지시를 교사들은 따르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혁신과정을 통해, 그리고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의 발전에 따라 교사회가 학교 교육내용과 목표를 주도한다. 교사회 전체 회의를 통해, 또는 학년별, 과목별, 부문별 회의를 통해 그 내용과 방향성을 결정한다.

학생회도 지금까지는 불편한 점을 건의하는 조직이었으나, 이제는 주도적으로 학교자치를 위해 학생자치를 교육청의 정책으로 삼고 학생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권장하고 격려하고 있다.


학부모회는 언제까지 학생들을 지원하고 모니터링하고 건의만 할 것인가? 이제 학부모회도 수업에 대한 불만이나 질책이 아니라 교육 전반을 고민하자. 교육의 방향성과 학교교육의 목표, 교육방침에 대하여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교사들은 직업이니까 당연하지만 각자의 생활이 있는 학부모들은 힘들 거라는 생각은 접어두자. 교사회에도 처음에는 힘들었다. 적극적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지나치게 교사의 사명감을 요구한다는 반발도 있었다. 그럼에도 혁신 교사회는 점차 자발성이 높아졌고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학부모회도 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칠 것이다. 민주주의는 원래 쉽지 않다.

무엇보다 토론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목소리 큰 사람들만 말하는 방식이 아니라, 누구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학부모 의견이 모아져 실질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지는 경험을 맛보아야 한다.

학부모들의 토론과 의견수렴이 우리 학교의 교육방향을 결정하고, 지역 학부모들의 의견이 모아져 교육청으로, 국가로 전달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학부모 의견수렴이며, 학부모회라는 기구가 할 일이다.

그동안 교육이 출렁일 때마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하지만, 단 한 번도 진짜 학부모들의 토론이 이루어진 적은 없다. 학부모가 아닌 입시전문가나 학부모 활동가의 의견을 들을 뿐이다. 학부모들의 주권, 교육권을 행사할 기회가 4년에 한 번 유일하게 교육감 선거를 통해 주어지고, 그 교육감들이 1년에 한 번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학부모 대표들을 만나지만 학부모 대표들은 각 학교의 민원사항을 말하기 바쁘다. 이때도 학교 대표는 학교 학부모들의 의견수렴을 한 게 아니다. 학교가 원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염원을 담을 뿐이다. 진정한 교육에 대한 논의와 의견수렴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는 것이다.

진짜 학부모회가 대표기구이며 의견수렴기구로 자리 잡으려면, 학부모들과 교육적 토론부터 해야 한다. 수업에 대한 제안이나 지원을 하기 이전에 첫 번째 질문, 내 아이가 어떻게 자라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두 번째 질문, 우리 사회가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부터 진지하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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