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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목표 설정의 중요성

by 천둥

어느 기업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농업계고등학교를 지원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 딸린 사진에는 스마트팜농장을 견학하는 아이들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이 기업에서 지원하는 많은 예산들이 스마트 팜 같은 선진농업을 가르치는 데 쓰이리라.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가는 학교교육목표에 따라 정해진다. 그리고 학교교육목표는 어떤 교장이 오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어떤 교장이 오느냐는 예전에는 100퍼센트 운이었다. 교육청에서 정해주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교장공모제가 생기면서 어떤 교육적 지향을 가진 교장을 구성원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점차 교장 공모제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이는 어떤 교장, 즉 어떤 교육적 지향을 가진 교장을 원하는지를 구성원이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럴 경우 더 효과적이었고 더 미래지향적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는 농고를 나왔다. 나는 아이가 농업의 소중함을 배우기를 바랐다. 구체적인 농업기술은 차차 배우더라도 몸을 쓰는 것의 소중함과 하늘의 기운에 순종할 줄 아는 겸손함을 배우기를 바랐다. 동시에 과학적인 농업으로 주어진 환경을 극복해가는 태도를 배우기를 바랐다. 미래에 왜 농업이 중요한 화두인지, 식량자급이 왜 중요한지 배우기를 바랐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농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생기기를 바랐다.

아이가 과문한 탓인지 학교에서 농업에 대한 자부심을 배우지 못했다. 그렇다고 선진농업을 배우지도 못한 듯하다. 학부모로서 이런 교육적 지향을 말할 기회도 없다. 위의 기사를 읽으면서 농업에 대한 철학도 적극적으로 가르쳤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일었다. 내 아이의 학교는 아니지만 말이다.


특별한 예산이 생기게 되면, 아니 기본적인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논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학교가 가르쳐야 할 것에 대한 충분한 협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 물론 학교는 이미 학교 홈페이지에도 교육적 지향을 밝혀놓았다.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계획을 교장이 지녀야 하고 교사들이 구체적으로 실현해내야 한다. 또한 그것을 적극적으로 구성원들에게 피력해야 한다. 만일 그 계획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면 그에 따른 비판과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마치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을 후보 시절에 제시하고 실현해보고 그에 대한 여론의 향방에 따라 또 다른 대책을 내놓듯이 말이다). 그것이 교장선생님 말씀으로 대신되어서는 안 된다. 학부모 간담회 정도로 대체되어서도 안된다. 시스템화하여 정기적이고 구조적으로 가장 소외된 자에게까지 가닿아야 한다. 몸을 낮춰 듣고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각 구성원들의 대표기구가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중 하나인 학부모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학부모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다른 기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목소리 큰 사람의 말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거나 생각할 겨를이 없는 이들에게도 생각하고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직접적으로 교사회와 학생회가 교육적 지향을 논해야 한다. 그래야 각자가 생각하는 자녀교육의 방향성을 녹여낼 수 있을 것이다. 나처럼 농업에 대한 인문학을 강조하는 사람도 또는 스마트 팜 같은 첨단농업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을 지향하는 사람에게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교육환경과 많은 예산의 지원도 다 헛짓이라는 학부모들의 냉소를 극복하기 어렵다.

학부모들도 적극적인 고민과 논의 참여가 없다면 그 많은 예산, 결국 내가 낸 세금을 내가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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