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초에 옥탑방에 산 적이 있다. 비가 오면 양철지붕에서 통통통 소리가 들렸는데 여름날 그 소리가 너무 좋았다.
가끔 너무 요란하게 두들기면 누가 이기나 고래고래 노래를 불렀지. 빗소리가 커서 다른 사람은 안 들릴 거라며. 사실은 우리 지붕 아래 내 귀에서만 시끄러웠을 텐데. 그때 나는 무슨 노래를 불렀을까. 기억이 안 나서 다행이다.
주인 할아버지는 옥상에 화분을 여러 개 놓고 고추며 가지며 키우셨는데, 그 초록이 빗물에 아련하게 보이는 게 너무 예뻤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양철지붕 처마에 서서 그걸 바라봤다.
지금은 아파트 베란다 바깥에 있는 에어컨 실외기에서 그 소리가 난다. 통토동통~~~
비는 여름 비든, 봄비는 가을 비든 나를 울려, 몸도 젖고 마음도 젖는다.
음악 채널을 찾아 온갖 비 노래를 검색해서 들어본다.
청승맞게 따라 부르는 걸로 시작하지만 노래가 더 청승맞아 결국 웃어제끼게 된다.
음악치유가 별건가. 바로 이거지.
쏘리 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