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체험

by 천둥

허리를 삐끗했다. 수 분 동안 온몸을 꼼짝할 수가 없었다. 밥을 먹으려고 밥솥에 손을 뻗다가 팔이 뻗어지지 않아 포기했다. 한의원에 가려고 차에 앉는데 옆에서 잡아줘야 겨우 엉덩이를 시트에 붙이고 내 다리도 내 손으로 들어 안으로 들였다. 남편이 안전벨트를 채워주고 차문을 닫아주었다.

“지랄 보존의 법칙이랑 똑같아. 젊어서 이런 걸 안 해주니까 나이 들어서 해주는 거야."

"네, 왕비 체험하세요.”

아픈 와중에도 깔깔 웃었다.

3일 뒤 같은 자리를 삐끗했다.

밥상 위 반찬도 남편이 조금씩 내 그릇에 올려주어야 겨우 먹을 수 있었다. 동치미를 따로 덜어 가까이 놓아주고, 생선을 발라주었다.

"할머니가 된 거 같네."

"그런 거 같네."

내 말에 남편은 덧붙이지 않았다. 웃지도 않았다.

생각이 많아졌다. 머지않은 미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틀까지는 남편이 밥을 차려주었다. 출근 전에 미리 밥을 하고 반찬도 먹을 만큼 덜어 내놓고 나갔다.

3일째는 내게 밥을 달라고 했다가, 다시 허리가 다친 후 같이 나가서 사 먹었다.

친구들과 얘기 중에 누가 그런 말을 했다. 마치 내가 먼저 갈 것처럼 말한다고. 골골거려도 사람 가는 건 알 수 없는 거라며. 내가 정색하고 말했다. 먼저 가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안 죽고 아픈 게 걱정이지. 그리고 내가 아픈 게 낫지, 남편이 아프면 대책이 없기 때문에 반대로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할머니 체험을 하면서 내가 먼저 아픈 것도 싫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슬펐다.

다시 3일이 지났다. 아침밥은 없고, 싱크대 위에 쌀이 한 바가지 담겨있다. 쌀통이 바닥에 있으니 허리 구부리지 말라고 말이다.

천천히 걸어서 집 앞에 있는 한의원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하필, 두 노인이 길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 걸음이 느리니, 두 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다 듣고서야 지나쳐졌다.

"올초에는 90을 채웠으니 이제 가겠지, 했는데 아직도 안 죽고 있으니 낯부끄러워서 정말..."

"이만하면 팔자도 고쳤는데 뭐가 더 욕심이 있어서 안 죽고 사는 건지. "

돌아보니, 두 분 고개가 땅에 처박히게 생겼다.

백세시대, 우리도 나중에 저런 말을 주고받으며 좀비처럼 안 죽고 살아있을까... 이런 시대가 온 줄 알고 좀비 영화가 판을 쳤던 것일까...

좀비는 다른 사람을 물어뜯어 좀비로 만든다. 자신이 사람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기어이 쫓아가서 물어뜯는다.

내 머릿속 노인이 남편을 물어뜯을까 걱정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중년의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