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봄을 기다리며

그림이 된 한 문장

by 천둥

함께 창작모임을 하는 사람들과 매일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누군가가 한 문장을 주면 그걸로 떠오르는 그림을 그리는 거다. 그림책 훈련 중 하나로,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르는 생각도 적어나갈 생각이다.

오늘부터 시작인데 50일간 지속할 예정.




오늘의 문장은

'오늘도 봄을 기다리며'


며칠 전 아파트를 나서다가 화단에 있는 사철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겨우내 붉은 열매를 품고 지냈을 텐데 이제야 알아보다니 미안하구나, 혼잣말을 했다.

오늘의 문장을 듣는 순간 바로 그 사철나무가 떠올랐다. 너무 식상하지 않나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럼에도 '봄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보일 듯 말 듯 붉은색을 품은 사철나무만 한 것이 어딨겠는가, 하는 마음에 그대로 go.


고백하자면, 나는 열매를 품고 겨울을 보내는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목련. 시린 겨울바람이 가시기도 전에 어떻게 꽃망울을 터트릴까 궁금했는데, 겨우내 꽃몽우리를 맺은 채 이제나저제나 봄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알고 혼자 느꺼워했다.

그러고 보니 동백도 그러하다. 매화도 그러할까? 모르겠다. 분명 다른 꽃들도 그러한 것들이 있을 터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 눈에 띄는 거니까. 화단 앞 사철나무처럼.


나는 봄을 기다리는가. 오늘도 기다리는가.

아니, 나는 이제 겨울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겨울에 익숙해질 무렵 봄은 오고, 여름과 가을 사이 겨울을 나는 법을 잊고 나면 다시 겨울이 온다. 그렇게 반복하는 세월을 거쳐 이제 매서운 겨울을 악취미처럼 버틸 수 있게 된 거다. 겨울마저 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오늘도 겨울을 즐기며,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