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총회 준비
지금쯤 학교는 학부모 총회 준비로 바쁘다. 학교설명회로도 바쁘고 학부모회나 학교운영위원회 등도 구성해야 해서 작년 임원들에게 이런저런 요구하는 게 많을 것이다.
선관위를 구성하는 게 첫 번째다. 임원이 아니면서 올해 임원 후보가 아닌 학부모들로 구성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은 구성 요건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서로 소통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학부모운영위원과 지역위원을 구하느라 동분서주다. 경험이 많은 학부모들은 지역위원을 어떻게 선출하는지 잘 알 수 있지만 대부분은 모른다. 아니, 몇 해간 학부모운영위원을 한 사람들도 그 과정을 모르기도 한다. 학교에서 알아서 다 섭외하니까. 첫 회의가 있기 전 임시회의에서 지역위원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학부모위원들은 모르니까 대충 동의한다. 첫 회의 자리에서 지역위원들이 운영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을 당연직처럼 꿰차도 학부모들은 그런가 보다 한다.
그 외 각종 소위원들과 기능별 학부모회 대표를 뽑느라 바쁘다. 학부모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학교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학부모 대표와 상의(?)한다. 학부모 대표는 아는 인맥을 총동원하고, 이래서 학부모회장은 발 넓은 사람이 하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어쨌든 학교나 행정실에서는 당연히 알 거라 생각하고 학부모대표에게 말하고, 학부모대표는 잘 모르니까 자꾸만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회 선관위원과 운영위원회 선관위원을 같은 사람으로 추천하는 식으로.
그런 경우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다. 행정실이나 선생님들은 공문 작성과 일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답답해한다. 차라리 학부모는 참여하지 않는 게 효율적이라며 투덜거리기까지 한다. 천차만별의 학부모들이 있는 것처럼 선생님들도 다양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도 다양하니까.
이럴 때 나는 학부모대표들에게 절대 미안해하지 말고 주눅 들지 말라고 말한다. 이건 일방적으로 누군가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고 소통할 계기가 되어야 하는 문제다. 더구나 여기서 벌써 미안해지기 시작하면 정작 중요한 일은 시작도 못하고 마음만 상한다.
업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학교활동이 처음이거나 운영위원회 업무편람조차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요구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먼저 요구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을이니까 그렇게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색을 하고 문제제기를 하면 앞으로 같이 일할 사이에 불편해지기만 한다. 살짝 팁을 얹자면 약간의 하소연을 하는 거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담당 선생님이나 행정실 직원과 짧게라도 차담회를 가지며 서로의 어려움을 나눠보자.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게 복잡해 보여도 사실은 거기서 거기다. 조금의 사전지식만 알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 허다한데, 그게 소통되지 않아서 꼬이기 시작한다. 감정이 쌓인다.
사회에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업무전달을 받듯이 우리 학부모들도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사전오리엔테이션을 받았으면 좋겠다. 교육청에서 하는 집단강의방식 말고, 1년을 함께 할 주체들끼리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도 갖고 그 과정에서 일이 진행되는 순서와 조직도, 업무 분류 등을 조금만 브리핑해주면 쉽게 파악할 것을 왜 그 정도도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
행정실에 도움을 받든 이전 학부모활동가들에게 받든 전문 강사에게 받든 학교라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내가 선 자리를 파악하면 끝. 그 정도 안내를 못 받아서 내가 하려는 교육적 지향을 잃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 아닌가.
이제 시작이다. 천천히, 배워가면서, 한발 한발 교육시민이 되기 위해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