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둥 May 27. 2024

자세히 본다는 것, 토끼풀

어릴 적 수없이 갖고 놀았던 토끼풀.

반지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고 길게 목걸이도 만들었던, 지천에 깔린 게 토끼풀이라고 느꼈던 그 토끼풀을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본 건 처음이다. 엷게 붉은빛을 띠지 않았더라면 사진을 찍지도 들여다보지도 않았을 거다. 원래 토끼풀은 흰색이라고 굳건히 믿어왔는데 이렇게 붉은빛을 띠기도 했다니. 아예 붉은 토끼풀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수많은 꽃잎이 모여서 하나의 봉오리가 되었다. 마치 수국처럼. 꽃잎 하나하나에 연결된 꽃대(?)도 수없이 많다. 당연하지만.  


영화 <너와 나>를 찍은 조현철 감독은 발뒤꿈치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데, 이렇게 복잡하고 생생하게 살아있던 것들이 사라졌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자세히 본다는 것은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든다. 우리의 감각을 최대한 잡아당겨 쪼개고 비틀어 무지 속에 떨어뜨린다. 캄캄한 무지가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

 

매거진의 이전글 보리가 자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